'시너지''성과'위해 칼 빼들었다... 신세계 대표이사 40% 교체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왼쪽부터) 신세계센트럴시티 박주형 대표,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한채양 대표, 신세계푸드·신세계L&B 송현석 대표, 신세계프라퍼티·조선호텔앤리조트 임영록 대표, 신세계라이브쇼핑 이석구 대표./사진제공=신세계그룹

재계 10위 신세계그룹이 계열사 대표이사 40%를 교체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 겸 SSG닷컴(쓱닷컴) 대표와 손영식 신세계 대표가 동시에 물러나고 그 자리에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이마트 대표에,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 신세계 대표에 내정했다.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고 향후 계열사 운영에 있어 시너지 창출에 무게를 두겠다는 인사로 풀이된다.

기존 운영체계 버렸다

신세계그룹은 20일 대표이사를 대폭 교체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인사의 주요 초점은 시너지 강화와 성과 창출로 맞췄다.

이마트 대표에 내정된 한 대표는 이마트는 물론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대표도 함께 맡아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총괄한다.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를 한명의 수장이 이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운기 이마트 상품본부장(전무)은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통합본부장으로 선임됐다. 중장기적으로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소싱통합 등을 통해 재무적 비효율을 줄이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도 겸직한다. 신세계센트럴시티가 가진 개발 노하우와 신세계백화점이 가진 운영노하우, 컨텐츠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포석이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신세계L&B 대표를 겸직하고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는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함께 맡게 됐다.

신세계 그룹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는 T커머스 회사인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이마트에서 신세계로 편입된 신세계라이브쇼핑이 신세계와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줄 인물로 평가받는다. 침체에 빠진 T커머스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셈이다.

신세계는 새로운 대표이사 운영구조도 도입했다. 신세계그룹은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Cluster)를 신설하고 산하에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쓱닷컴, 지마켓을 편제시켰다. 6개 계열사 협업을 통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성과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백화점 대표 동시 교체...왜?

2019년 10월부터 약 4년간 이마트 대표를 맡았던 강희석 이마트 대표 겸 쓱닷컴 대표는 임기를 약 2년 반 남겨두고 물러난다. 업계에서는 G마켓 인수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원인인 것으로 평가한다. 이마트는 강 대표 주도로 2021년 3조4000억원에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인수했다.

당시 롯데는 인수 금액 마지노선을 2조3000억원으로 설정하고 협상을 진행하다 포기했지만 신세계그룹은 이베이 측이 제시한 인수금액 4조1000억원을 수용하고 그 중 지분 80%를 3조4000억원에 샀다. 인수 자금마련을 위해 성수동 이마트 본사 사옥까지 매각했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적마저 악화하고 재무상황이 갈수록 안 좋아지자 대표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1007억원이던 이마트 영업이익은 4분기 128억원으로 급감한 뒤 올해 2분기엔 적자 전환(530억원 손실)했다.

인수 이전인 2021년 43억원 흑자를 낸 G마켓은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655억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221억원 적자를 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64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급격하게 내리막을 탔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 감소했다.

이마트와 백화점 대표를 동시에 교체한 것은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조직재정비를 통해 성과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하고 새로운 성과창출 및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준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