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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와 영국 소프트파워의 쇠락[PADO]

머니투데이
  •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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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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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BBC가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언론이 된 데에는 (영국 국내 시청자가 아닌) 글로벌 시청자를 대상으로 90년 넘게 방송을 계속하고 있는 월드서비스의 영향이 큽니다. 초기 출범 취지 등이 유사한 미국의 VOA(처음에는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로 시작했다가 근래에 브랜딩을 VOA로 바꿨습니다)도 실상은 BBC 못지 않게 편집권이 독립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에서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매체'라는 인식이 박혀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매우 대조적이죠. 우리가 평소엔 의식하지 않으나, 이는 영국의 관점을 은연 중에,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국의 매우 강력한 소프트파워 무기가 됩니다. BBC 월드서비스가 새로운 언어 서비스를 론칭하는 행위는 영국 정부의 우선 순위를 반영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관련 인력들이 추가로 고용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취재력이 증가합니다. 2017년 한국어 서비스가 신설된 것은 북한 문제에 대한 영국의 관심을 반영함과 동시에 이후 한국에 대한 BBC 보도가 증가하는 효과도 낳았습니다. (PADO 에디터는 BBC 월드서비스가 신설한 한국어 서비스 론칭팀에서 일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부터 BBC 월드서비스는 쇠퇴일로를 걷게 됩니다. BBC가 영국 대내적으로 받는 정치적 압박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튄 격입니다. 최근 BBC의 100년 역사에 대한 책을 쓴 현대사 교수 사이먼 포터는 국내정치의 압력이 월드서비스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 수 있다고 경고면서 월드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설명합니다. 글로벌 신뢰도는 차치하고 아직 인지도조차 부족한 한국의 공영방송이 나아가야 할 길을 BBC의 사례를 보며 고민해 볼 때입니다. 한국도 이러한 소프트파워를 구축해나가야 할 때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영국 런던 소재 BBC 본청(뉴브로드캐스팅하우스)의 정면 사진. /사진=Alexander Svensson (CC BY 2.0)
영국 런던 소재 BBC 본청(뉴브로드캐스팅하우스)의 정면 사진. /사진=Alexander Svensson (CC BY 2.0)
내전 중에는 때때로 가장 믿을 만한 뉴스가 아주 먼 곳에서 오는 경우가 있다. 지난 4월 수단이 분쟁 지역이 되자 BBC 월드서비스는 긴급 '팝업' 채널을 개설했다. 현지의 청취자들에게 수단의 악화되는 상황을 알리기 위해 런던, 암만, 카이로에서 아랍어로 단신 뉴스를 제공했다.

글로벌 뉴스 채널인 BBC 월드서비스는 구식 기술과 신기술을 나란히 사용한다. 1920년대부터 국제 방송사들이 선택한 단파 라디오에 더해 디지털 및 SNS 채널로 뉴스를 전하고 있다. 월드서비스 책임자에 따르면 "중차대한 시기에 명확하고 독립적인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팝업 채널의 목표였다고 한다.

이러한 언어는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2차 세계대전 직전부터 이어져 온, BBC가 이타적이고 공정하게 전 세계 시청자에게 진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999년 월드서비스를 두고 "아마도 금세기 영국이 전 세계에 준 가장 큰 선물"이라 표현한 바 있다.

현재 월드서비스는 40개 이상의 언어로 방송되고 있으며 매주 약 3억6500만 명이 라디오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월드서비스를 접한다. 영국 최대 공영방송사 BBC가 운영하고 있다.

BBC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일상적인 정부 개입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으며 왕실 헌장에 따라 정부의 장관이나 공무원이 아닌 영국 의회의 통제를 받는다. BBC의 재정은 주로 텔레비전 수신료로 충당되며 영국에서 BBC 방송을 텔레비전 또는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모든 사람은 수신료를 지불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진다.

오늘날 BBC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사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부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시청자 수가 5억 명에 달한다고 한다. 시청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월드서비스로, 영국이 세계인의 삶 속에서 여전히 큰 역할을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그 중요성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월드서비스는 최근 재정적 위험에 처했다. 2022년 9월, BBC는 월드서비스에서 약 400명을 감원하고 여러 아시아 언어로 방송되는 라디오 서비스(디지털 서비스는 계속될 예정)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긴축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월드서비스는 85년 동안 운영해 온 아랍어 방송을 종료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볼 때 수단을 위한 (임시) 팝업 서비스를 만든 것은 월드서비스의 강점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오히려 최근의 예산 삭감으로 인한 피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월드서비스가 이러한 예산 삭감에 취약한 결정적인 까닭은 월드서비스를 영국 정부나 국영 방송사가 아닌, 영국 국내 시청자에게 뉴스와 엔터테인먼트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BBC가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월드서비스는 막대한 기술적 자원과 인재를 확보할 수 있으며 진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방송하는 BBC의 명성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 방송과 국내 방송이 얽히면서 월드서비스도 국내 정치의 영향에 노출될 수 있다. 영국 사회에서 BBC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는 특정 집단, 특히 10년 넘게 영국을 통치해 온 보수당이 공영방송의 예산 조달에 큰 제약을 가하고 있다. 현재 BBC가 월드서비스 예산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BBC의 전체 예산을 줄이려는 시도는 월드서비스에도 타격을 입혔다.

영국 국내에서 BBC를 반대하는 이들은 BBC에 대한 반대 행동이 국제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영국의 글로벌 소프트파워의 핵심 도구 중 하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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