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뭐가 달라졌길래…'청소년 극단선택 두배' 된 이곳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홍콩의 한 검사소에서 어린이와 보호자가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로이터=뉴스1

홍콩의 청소년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인 22명의 청소년들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우수 교육인력이 급격히 빠져가면서 붕괴한 홍콩 교육시스템의 단면이다.

8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대 자살연구예방센터 폴 입 시우파이(Paul Yip Siu-fai) 교수 연구 결과를 인용해 "8~10월 자살을 시도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홍콩 청소년이 22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1명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이라며 "그 중 학기가 시작된 9~10월 사이에 발생한 사건만 20건이었다"고 전했다.


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록된 11건의 안타까운 사건 중에 학기가 시작된 후 벌어진 사건은 7건이었다. 전체 건수는 물론 학기 중 벌어진 자살사건 비율도 올 들어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입 교수는 "교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늘어난 데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청소년들의 개인적 성장과 대인관계 형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이민 물결 동안 대거 홍콩을 떠난게 큰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입 교수는 이어 "교사들이 본격적으로 학업에 착수하고 있지만, 그들이 학생들의 정신적 안녕을 총체적으로 돌보지는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분석은 조심스럽지만 함의는 분명하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무너진 홍콩의 교육시스템이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보호막이 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홍콩에선 코로나19를 거치며 노골화한 중국 정부의 통제와 강력한 정치적 압박 속에서 지식인 계층의 이탈이 줄을 잇고 있다. 전문직의 50% 이상이 5년 내, 15%는 조만간 떠날 예정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관련기사 ☞ 중국 끼얹자 말라죽는 홍콩…韓에 던지는 메시지는 [특파원 칼럼]) 갈 곳이 있는 우수한 인력부터 떠난다. 교직자들도 당연히 포함되는 얘기다.

22건의 실제 건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예방센터가 현지 온라인 청소년 지원 플랫폼 오픈 업(Open Up) 참여 5개의 NGO(비정부기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10월 중 이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청소년은 2만여명에 달했고 이 중 418명이 자살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호소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한 NGO 담당자 찰리 찬 와이렁(Charlie Chan Wai-leung)은 "고위험군 사례만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학생들이 학교의 경쟁적 환경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으며, 부모들은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게으르거나 학업에 소홀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압축모델이나 다름없는 홍콩의 상황은 한국 등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에게도 적잖은 메시지를 던진다. 정치경제적 자유도가 사라지면서 발생한 우수인력 이탈이 사회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키고 있다. 정치제도에 대한 설명을 차치하더라도 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사회들이 뉴노멀(새로운 상식)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홍콩의 사례는 반면교사 삼을 여지가 크다.

사정이 이런데 홍콩 교육당국은 자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크리스틴 초이(최육린) 홍콩 교육부 장관은 최근 교육위원회에서 "당국이 포괄적인 접근법을 채택하기보다는 고위험군을 지원하기 위한 자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자원의 한계를 고려할 때 우리는 가장 필요한 곳에 모든 노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지할 데 없는 홍콩 교육 현장은 뉴노멀에 적응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예방센터 소속 교육심리학자 해리슨 시트 롱틴은 "각 학교들이 학생들의 공부량과 시험 스트레스를 평가하는 도구를 배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은 또래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학교 교육에 정신건강 과목을 포함시키는 한편 학생들에게 서로를 지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