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노이, VRN08 美 기술계약 해지…"전략적 판단, 계약금 반환 없다"

보로노이 (32,100원 ▲950 +3.05%)가 미국 피라미드바이오에 기술이전한 유방암 치료제 'VRN08'의 계약이 해지됐다. 피라미드바이오가 ADC(약물항체접합체) 기술에 집중하겠단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결정으로 파악된다. VRN08은 전임상 초기 물질로 보로노이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아닌 데다 상대방이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계약금 반환 의무는 없어 재무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로노이는 미국 바이오텍 피라미드바이오로부터 지난달 24일 VRN08의 기술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Termination Letter)를 수령했다고 14일 밝혔다. 보로노이는 이 내용을 지난 13일 공시한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VRN08은 2021년 11월 보로노이가 피라미드바이오에 독점실시권을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이다. 총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8억달러(약 1조600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피라미드바이오는 VRN08을 난치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독점실시권을 반환했다.

업계에선 비상장 바이오 벤처인 피라미드바이오가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력 파이프라인인 TROP2 타깃 ADC 치료제 'PBI-410'의 임상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VRN08의 독점실시권을 반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라미드바이오는 내년 초 PBI-410의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VRN08의 경우 전임상 초기 단계에 기술이전을 받았기 때문에 임상 진입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 비상장 바이오 벤처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시장 환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VRN08은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등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이 가능한 물질이다. 보로노이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VRN07', 'VRN10', 'VRN11' 등이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를 타깃하는 구조인 반면 VRN08은 세포성장사멸주기(Cell Cycle) 조절에 관여하는 MPS1 인산화효소를 타깃하는 독특한 기전을 보유했다.


보로노이는 주력 파이프라인인 EGFR 타깃 비소세포폐암 항암제 분야에 집중하겠단 전략이다. 앞서 미국 오릭파마수티컬스에 기술이전한 VRN07이 임상 1상에서 환자 2명으로부터 완전관해를 확인했단 중간결과를 지난 10월 공개했다.

또 4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VRN11은 지난 10월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자체 임상 돌입을 앞두고 있다. VRN11은 전임상에서 '뇌혈관장벽 투과율'(BBB) 100%와 상대적으로 뛰어난 안전성을 확인한 약물로 보로노이 AI(인공지능) 신약 개발 플랫폼의 역량이 집중된 파이프라인으로 기대를 받는다.

보로노이는 HER2(=EGFR2) 타깃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하는 'VRN10'의 내년 임상 진입도 준비하고 있다. VRN10은 치료제 내성 돌연변이 및 뇌전이암에 대한 치료 효과가 개선된 유방암 치료제로 비임상 독성시험을 완료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VRN08은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 및 개발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자체적으로 개발을 계속할지 아니면 중단할지 검토할 예정"이라며 "계약금 등의 반환 의무가 없어 재무적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