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찾기' 내 폰 잠근 피싱범 사기 치는데…고객센터도 "안돼요"

지난 14일 오전 '부고'문자를 받고 설치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스미싱 범죄를 당한 휴대폰./사진=김모씨 제공

휴대폰 계정을 탈취한 스미싱 사례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탈취한 계정을 악용해 휴대폰 잠금을 걸면 해제할 방법이 없다. 메인보드를 교체해야하는데 이 경우 기존 정보는 모두 삭제되고 수사기관은 악성코드와 관련한 수사 단서를 확보할 수 없게된다.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수능을 이틀 앞둔 지난 14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한 금융회사에 다니는 50대 직장인 김모씨(여성)에게 지인 백모씨로부터 한통의 부고 문자가 왔다. 백씨가 몇년전 부친상을 치른 기억이 있어 의아했지만 그래도 의심없이 문자에 포함된 URL 링크를 눌렀다.


링크를 누르자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 받으라는 안내가 나와 클릭했다. 그와 동시에 김씨의 휴대폰에선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라며 재차 설치할 것인지 묻는 알림이 떴다. 김씨는 회사에서 만든 앱에서도 설치할 때 여러 차례 같은 안내가 나왔고 별 문제 없이 사용했던 터라 의심하지 않고 설치했다. 김씨 휴대폰을 장악하기 위한 스미싱(문자메시지를 이용해 개인정보 등을 탈취하는 피싱범죄) 범죄였다.

김씨가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한 곳은 통신사 고객센터였다. 통신사 고객센터에선 소액결제를 차단하고 휴대폰 내 악성 바이러스를 검사하라고 했다. 검사 결과 악성 코드는 없다고 나왔다.

스미싱에 활용되는 부고 문자.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불안한 마음에 김씨는 근처의 은행 창구로 가서 보이스피싱을 당한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원의 안내로 모든 계좌에 지급을 정지시켰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한 김씨는 불안했지만 회사 업무를 처리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4시쯤 업무중이었던 김씨의 PC카톡이 갑자기 로그아웃됐다. 다시 비밀번호를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씨는 바로 휴대폰을 봤다. 휴대폰 화면엔 PIN 번호를 입력하라며 잠금이 걸려 있었다.
급하게 집으로 돌아간 김씨는 같은 계정이 연결 돼 있는 휴대폰을 찾아 켰지만 역시 잠금이 설정돼 있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스미싱범들은 김씨 휴대폰 계정을 이용해 내 디바이스 찾기 기능을 활성화한 것이다. 내 디바이스 찾기 기능은 휴대폰을 분실했을 때 습득한 사람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이다. 분실할 경우 이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휴대폰이 잠금 상태로 바뀐다. 휴대폰을 찾으면 자신이 설정해 둔 PIN 번호를 입력해 다시 정상 작동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김씨의 휴대폰을 해킹한 스미싱범들은 이 PIN번호를 바꿔놓았다. 휴대폰을 껐다가 키려고 해도 '내 디바이스 찾기에서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잠가 휴대폰을 껐다 켤 수 없다'는 안내만 나왔다.

통신사에서 김씨 휴대폰이 자신의 명의로된 휴대폰이 맞다는 확인서를 받아갔지만 서비스센터에서도 정책상 잠금상태를 풀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싱범들이 김씨 언니에게 김씨를 사칭해 500만원을 요구하는 대화내용. /사진=김씨 제공

피싱범들은 휴대폰을 잠금 상태로 해두고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5시까지 수능을 이틀 앞둔 김씨의 고3딸과 친언니등 지인 7명에게 '500만원을 보내달라'며 김씨를 사칭해 카카오톡을 보냈다. 스미싱범들이 지급정지된 계좌를 지인들에게 보내 금전적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신원이 도용됐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김씨는 서울 마포경찰서를 찾아 피해 사례를 신고했다.

김씨는 "공기계는 보증기간이 끝나 메인보드 교체비용만 50만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잠금상태로 놔뒀고 결국 최근에 산 휴대폰은 메인보드를 교체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스미싱과 보이스피싱 등 피해자들은 피해 사례를 접수하면서 관할 경찰서에 휴대폰을 제출하는데, 수사관들이 악성코드를 분석해 어떤 정보를 어떻게 탈취했는지 알아낸다"며 "악성코드를 분석해 누가 제작했는지 등 관련 단서도 추적하는데 계정을 탈취해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조치한다면 이런 수사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스미싱과 보이스피싱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일반 공갈 사건에서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 휴대폰을 장악하는 등 관련 범죄수법이 악용되고 있다"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