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이 사진까지 베껴간 '사칭 인스타'…소름 돋았다

집에 드리운 햇볕, 동네 고양이, 아내가 해준 밥상, 반려견 똘이, 취재했던 내용까지 전부 다 사진을 배껴서 만든 '짝퉁 계정'. 이름까지 모든 게 다 똑같았다. 소름이 돋았다./사진=남형도 기자

무심코 내 이름을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써봤다. 별뜻은 없다. 가끔 해본다.

남형도를 치자마자 깜짝 놀랐다.


프로필 사진까지 똑같은, 남형도가 두 명이었다. 하나는 나, 또 다른 건 '내가 아닌 나'.

해당 계정을 눌러봤다. 아이디가 길고 의미 없는 영어였다.

정말 놀랍게도, 모든 게 다 똑같았다. 이름, 프로필 문구, 사진, 즐겨찾기 스토리까지.

기자의 실제 인스타그램 계정. 위 계정과 다른 게 없다./사진=남형도 기자

피드 게시물은 서른 세 개. 사진은 다 퍼갔고, 문구도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완전히 똑같이 해놨다.


팔로워는 451명이었다. 만든지 꽤 된 모양이었다. 의아했다. 나를 대체 왜.

'이런 건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만 당하는 일이 아니었나….'

무슨 목적일까. 몹시 찝찝하고 불쾌했다. 할 수 있는 건 당장 '신고'를 누르는 일뿐이었다.

'신고'를 눌러도 없어지지 않았다

사칭 계정 사용자에게 말을 걸어봤다. 답이 없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나를 사칭한다고 인스타그램에 신고했다. 신고자는 피해당한 본인이라 했다.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기다렸다. 1시간 뒤 들어가봤다. 여전히 짝퉁 남형도 계정이 그대로 있었다. 심지어 이름 모를 그는, 스토리(24시간 후 사라지는 게시물)까지 두 건 올려두었다.

3시간 뒤 또 들어가봤다. 그대로였다. 왜일까. 왜 명백한 사칭 계정을 바로 삭제하지 않는지, 의아하고 신경쓰였다.

'사칭 계정 피해'라 검색하니 줄줄이 사례가 나왔다. 신고해도 쉬이 없어지지 않는단다. 다른 방법을 찾아봤다.

'저작권 피해'로 신고하는 방법도 있다고. 그것도 해봤다. 절차가 더 복잡했다. 신분증을 들고, 본인인 걸 증명하란다. 회사여서 찍기가 곤란했다. 화장실까지 가서 셀카를 찍었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아, 팔로워에게 도움을 청했다

팔로워들에게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쉬이 사칭 계정이 삭제되지 않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사진=남형도 기자

하루가 지났다. 아침이 됐다. 다시 남형도를 검색했다.

그대로였다.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사칭 계정은 보란듯이 건재했다. 차단하고 싶은데, 없어지는지 봐야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짝퉁 남형도에게 디엠 메시지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남형도입니다." 어렵지만 예의를 갖췄다. 답이 없었다.

오후가 되도록 사칭 계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별수 없이 스토리에 올렸다. 팔로워들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남형도 기자입니다. 사칭 계정을 발견했어요. 한 번씩 신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들 무슨 일이냐며 안부를 물어왔다. 신고를 해줬단 이가 많았다. 같은 피해를 입었단 사람도 있었다. 여럿이 신고하면 낫겠지 싶었다.

하루가 더 지난 뒤에야 사라진 '짝퉁 계정', 비로소 맘이 편해졌다

이틀만에 사칭 계정이 삭제됐다./사진=남형도 기자

이게 뭐라고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내가 아닌, 나인척하는 나라니.

예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었다. 남형도 기자라 사칭한단 제보를 받았었다.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기 위한 목적인듯 했다. 이메일 주소도 비슷하게 만들어뒀었다.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 경고했었다. 관련해 증거를 확보했으며, 반복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그러니 사칭 계정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이들이 대신 신고해주고도, 하루가 더 지났다.

/사진=남형도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안내가 왔단 알림이 떴다. 내용을 봤다.

'이 계정은 삭제되었습니다. 그밖에 다른 대처 방법도 확인해보세요.'

다시 이름을 검색해보니, 사칭 계정이 뜨지 않았다. 비로소 안도했다. 이틀만에 사라지게 됐다.

내 사진 넣고 "파트너 구해요"…평범한 일반인으로 '확장'되는 사칭 계정

사진을 전부 도용당한 뒤, 본인인 것처럼 활동하는 사칭 계정을 발견한 예은씨. 동성애 파트너를 구한단 내용이 올라와 있었단다./사진=예은씨 제공

사칭 계정이 사회문제가 된 건 이미 오래다. 최근엔 유명인에서 일반인으로 확장되는 추세였다. 실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취재했다.

예은씨도 피해를 당했다. 해당 계정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스토리까지 다 퍼가서 사칭을 하고 있었다. '동성애 파트너'를 구하는 계정으로 탈바꿈 돼 있었다. 책이나 작은 소품까지 완전히 똑같이 만들어뒀다. 그러면서 예은씨가 못 보도록 차단까지 했다.

예은씨는 "사칭 계정이 너무 감쪽 같아서, 제 지인들이 '언니가 양성애자인가 싶어서 모른척 넘겼다'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지인들 도움으로 함께 신고를 했고, 사칭 계정 주인이 삭제를 했다. 예은씨는 "악용됐을까봐 걱정했었던 기억이 난다"며 "지워진 뒤에도 찝찝했다"고 했다.

진영씨는 사진 도용 피해를 입었다. 해당 사칭 계정은 특정 정당 정치색을 띤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렸다./사진=진영씨 제공

진영씨는 지난 2018년에 페이스북에서 도용 피해를 입었다. 진영씨 사진을 프로필에 올리고,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는 계정이었다. 그러면서 특정 정치 성향을 띤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진영씨는 "신고 후 삭제되긴 했으나, 연예인이나 공인이 아닌 일반인 사진도 이렇게 가져가 활동하는 걸 보며, 여기저기 피해 사례가 많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심지어는 신고한다고 다 삭제된 것도 아녔다. 가현씨는 "진짜 많은 분들이 사칭 계정이라며 신고해줬는데, 계정 삭제가 안 됐다"며 "제게는 사칭 계정이 안 뜨는 걸 보니 절 차단한 것 같았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 사진을 도용당한 피해자 은진씨. 그는 "가까운 지인들 위주로 소통하는 작은 개인 계정인데도,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누군가 사칭한 적이 있다"며 "유형이나 목적이 생각보다 다양한 것 같다"고 했다./사진=은진씨 제공

기업 계정 사칭도 많다고 했다. 기업 사원이라 밝힌 이는 "사칭으로 고객들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기업 계정이라 한 뒤 △이벤트 당첨됐다 속여 개인정보 빼내기 △물품 구매 금액이 다 입금되지 않았다며 현금 갈취 △기업 고객센터라 사칭하며 이미지 훼손 등이라 했다.

정부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주요 SNS 사업자에 사칭 계정 통제 강화 등을 긴급 요청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유명인 사칭 게시물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 측도, 매일 사칭 계정 수백만 개를 차단, 삭제하고 있다.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란다. 다만 댄 니어리 메타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부사장은 22일 미디어브리핑을 통해 "사칭 계정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