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뜬장'에 갇혀…음식물 쓰레기를 먹어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개농장 개들이 여기, 좁디 좁은 뜬장에 살았었다. 평균 1년간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주사를 맞으며 길러졌다. 바닥도 밟지 못하고 살다, 죽는 날에 처음 땅을 밟았다. 그리고 이내 목이 매달렸고 고기가 됐다. 그 삶을, 꼭 짐작하고 싶었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살아 있는 걸 잊게 하는 무기력하고 고통스러운 공간이었다. 통에 들어 있는 건 음식물 쓰레기다./사진=남형도 기자

'욱여넣는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비좁은 뜬장에 몸을 밀어 넣을 때 기분이 그랬다. 사방은 철창으로 막혀 있었다. 잔뜩 쪼그려 앉았음에도 고갤 들 수조차 없었다. 차가운 철창에 닿을 때마다 몸무게만큼의 중력이, 반작용으로 밀려와 통증이 느껴졌다. 움직이는 걸 금세 포기했다.

"아니, 개도 아니고 거기는 왜 들어간대. 나 참."


반년 전까지 불법 개농장을 했었던 주인이 날 보며 혀를 찼다. 한때는 뜬장에 200마리쯤 키웠단다. 그 안에서 키우다 때가 되면 빼내었다. 비로소 땅을 밟은 개들의 목을 매달았다. 그걸 팔아 돈을 벌었다. 동물권단체 케어와 와치독이 개농장을 고발해, 비로소 멈춰졌다. 그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가 얼마나 불편한지 체험해보고 싶어서요."

뜬장에서 '평균 1년'…그 고통을 말하지도 못하고 죽었다

체험했던 개농장 뜬장에서 실제 발견 됐던 강아지. 분홍빛깔, 너무나 작은 발이 뚫린 구멍에 빠져 아예 얹혀져 있다. 20년이나 됐다던 개농장. 낳게 하고 뜬장에서 기르고, 죽이고, 다시 낳게하고 또 길렀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 와치독 제공

개농장 '뜬장'이 뭘까. 말 그대로 땅에서 '떠 있는' 철창이다. 그러니 바닥까지 뚫려 있다. 왜 뚫었는가. 개농장 개들을 편리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똥오줌을 싸면 계속 치워야 하니까. 뚫린 바닥으로 빠지라고. 배변이 쌓이고 쌓인다. 냄새나는 더미 위에서 짬밥(음식물 쓰레기)을 먹고 산다.


"개농장 개들이, 뜬장에 얼마나 갇혀 있나요?"

와치독 활동가에게 물었다. 평균 1년이라고 했다. 365일, 8760시간. 그동안 짬밥을 먹고, 주사를 맞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고기가 되기 위한 삶. 죽을 때가 돼서야 바깥에 나온다. 비로소 땅을 밟는다. 생각할 거다. 이런 게 땅을 밟는 느낌이구나.

체험했던 뜬장에 실제 살았던 개농장 개들. 바깥에서 안쪽을 보느라, 그 안의 삶을 미처 다 짐작하지 못했다. 이젠 알겠다.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던 기분을./사진=동물권단체 케어, 와치독 제공

그러자마자 목을 매달렸단다. 공중에 붕 띄워진다. 밧줄의 힘이 신체에서 가장 약한 부위를 옥죈다. 숨통이 막힌다. 주인은 죽었는지 확인하러 왔다가, 아직 더 걸리겠구나 하고 돌아간다. 몸부림이 마침내 끝난다. 그제야 정지된 몸이 내려진다.

뜬장 체험을 하겠다고 몇몇에게 말했었다. 대부분 '헉' 소릴 내었다. 아니, 너무 힘들겠다고. 그러나 해야만 했다.

무수한 개들이 머물렀을 뜬장. 거기서 낮과 밤을, 다시 밤과 낮을, 숨죽이며 참았을 그 고통에 대하여.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죽어갔으므로. 직접 겪어 사람의 말로 남겨야 했다. 고작 하루도 안 되는 시간이라 한계가 명확할지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얻으러 갔다…"농담이시죠?"

대다수 개농장 개들이 먹는 '음식물 쓰레기'를 받았다. 쓰레기통에서 직접 꺼내어, 기자에게 부어주던 식당 주인./사진=와치독 활동가

개농장을 향해 약 2시간을 달렸다. 이날 와치독 활동가도 함께해주었다. 하루 연차까지 내어가며(고맙습니다).

최대한 짐작해야 했으므로, 조건이 유사했으면 싶었다. 추위 체감도 비슷했으면 싶어서, 옷도 가볍게 입었다. 도사, 진도나 믹스견, 뜬장에 주로 있는 개들의 털은 대개 짧으므로.

먹는 것도 개농장 개들과 똑같았으면 싶었다. 거의 모든 불법 개농장서 개들에게 주는 '짬밥(음식물 쓰레기)' 얘기다. 여기서 솔직히 고민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아내에게도 말 못 했다(이걸 보면 화낼 거다). 그러나 그걸 먹을 수밖에 없는 삶도 짐작하고 싶었다. 실제 개농장 개들이 먹는단 것, 그러니 먹어봐야 안단 것. 그뿐이었다.

김치찌개를 파는 가게에 차를 세웠다. 이 활동가가 음식물 쓰레기를 얻기 위해 협조를 미리 구해주었다. 가게 직원이 뒤편으로 안내했다. 음식물 쓰레기통 뚜껑을 열더니 얼마나 필요하냐고 했다. 허옇게 미끄덩거리는 김치나 불어 터진 면 같은 것들이 보여 눈을 질끈 감았다.

통을 내밀었더니 담아주며 물었다.

"사료 주시려고 필요하신 거죠?"

망설이다 대답했다.

"제가 먹을 거예요."

쓰레기를 담던 손이 멈췄다. 그가 놀라서 날 보며 되물었다.

"에이, 농담이시죠?"

답답해서 움직이면 아프고, 멈추니 다시 답답했다

처음 뜬장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이날 하루가 얼마나 힘들지 다 짐작하지 못했다. 개농장 개들을 생각하며 버텼다. 원하는대로 나오거나 들어갈 수가, 전혀 없었을./사진=와치독 활동가

거대하고 촘촘한 철창에 온몸이 묶인 듯했다. 오전 10시. 뜬장에 처음 들어간 느낌이 그랬다. 고갤 편히 들 수 없었다. 팔을 쉬이 뻗을 수 없었다. 다리만 겨우 한 방향으로만 뻗었다.

바닥이 다 뚫려 있으니 움직이기 힘들었다. 숭숭 뚫린 구멍들을 피해 조심히 걸었을, 그러다 때론 쑥 빠지기도 했을, 여기 없는 개들을 생각했다.

같은 자세로 있으려니 금세 갑갑해졌다. 몸을 살짝 뒤트는 것도 힘든, 압도적으로 비좁은 공간. 가만히 있으려니 미칠 것 같아서 움직이려 했다. 뒷목도 뻣뻣해 왔다.

신발을 벗었다. 양말만 신고 철창 위를 걸어봤다. 비명이 튀어나왔다.

발바닥이 아파서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던, 녹슨 뜬장. 바닥에 닿아 있는 게 아니다. 떠있고 구멍이 뚫려 있다. 몸무게 만큼의 중력이, 통증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사진=남형도 기자

"아우, 아야, 아우 씁 아파…."

두어 걸음 떼자마자 통증이 올라왔다. 몸무게만큼 누르는 힘이 발에 실렸고, 무정(無情)한 철창은 고스란히 맞받아쳤다. 발바닥과 손바닥이 금세 빨갛게 변했다. 네모낳게 뚫린 구멍대로 깊이 자국이 패였다.

앉은 자세가 불편해 옆으로 누워봤다. 뚫린 바닥에 등을 대어본 건 처음이었다. 그러자마자 안 게 있었다. 아래에서도 찬 바람이 올라온단 것. 공기가 차가워진 탓에 미세해졌으나, 거기엔 무언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여기 살았을 개들이 남긴, 케케묵은 배변 내음이었다.

뚫린 모든 방향에서 찬바람이 불었고…한겨울 나뭇가지처럼 덜덜 떨었다

그래봐야 하루도 안 되는 체험을 요란하게 한 것 같아, 여기 최소 1년씩은 살았을, 개농장 개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뜬장에 들어간 기자./사진=와치독 활동가

비슷한 환경에서 체험한 적이 있었다.

강원도 인제에선 '1m 목줄'에 묶여 하루를 보냈었다. 지름 2m 반경에 동그랗게 갇혔었다. 풍경을 외울만큼 지루했다. 그래도 그땐 땅을 딛고 서고, 제자리에서 돌 수라도 있었다. 같은 강원도 화천에선 사육곰처럼 3평짜리 철창에 갇혔었다. 시간이 정지됐다. 1시간 동안 240바퀴를 돌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렇게라도 했다.

여기, 이 뜬장은 진정 무력한 공간이었다. 상상 이하로 최악이었다.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갑갑해 미칠 것 같았다.

꿈틀거릴 때마다 아프고, 통증에 멈칫하게 됐다. 다시 얌전히 있었다. 그러다 지루하면 또 움직이려 애쓰고, 철창이 쑤셔댔고, 그러니 또 정지하게 됐다. 무한 반복하며 시간만 봤다. 분 단위로 흘렀다. 환장할 지경이었다.

개농장 개들처럼 두 발과 두 손으로 걸어보니, 손에 뜬장 철창 자국이 고스란히 남았다. 얼마 걷지 않았음에도. 검게 묻은 때 자국이, 여길 이미 살다 떠난 개들의 흔적이라 믿었다./사진=남형도 기자

하필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지붕이 있어 비는 겨우 피했으나, 뚫려 있는 모든 방향으로 비바람이 몰아쳐 들어왔다. 추위가 사방에서 쏟아져 덮쳤다.

온도는 9도. 늦가을이었으나 가만히 있으니 한기가 엄습했다. 한겨울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몸을 덜덜 떨었다. 가장 편안한 자세가 정지 자세인데, 그 자세가 가장 추웠다. 바람 피할 곳이 전혀 없어 그대로 맞으며 견뎠다.

음식물 쓰레기 한 입…게워냈고 입맛이 뚝 떨어졌다

음식점에서 얻어온 음식물 쓰레기. 개농장 개들이 실제 먹는 건, 대개 이것보다 훨씬 더 심한 편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지루하고 울적해졌다.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쥐게 됐다. 다시 놓았다. 사진을 찍을 때만 썼다. 그건 시간을 쉽게 보내는 방법이므로. 개들에게 스마트폰 같은 도구는 없었다. 비슷한 환경이어야 했다.

대신 시간의 흐름을 잊으려 애쓴다, 버틴다, 버티면 된다. 개들도 그런 맘이었을까. 바깥을 보며 하릴없이 견디는 시간이 흘렀다. 곁엔 이미 개들이 사라진 텅 빈 뜬장이 가득했다. 개들이 찼을 목줄도, 다 쓴 주사도 보였다. 춥고 무료하고 살아 있음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공간, 뜬장. 거기서 지냈을 모든 개들의 고통을 다 합해 소리로 바꾸면 얼마만큼의 '비명'일지.

쏟아붓던 비가 그쳤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가 넘어갔다. 야속하게 허기가 밀려왔다. 야속하다 표현하는 건 그 안에 먹을 게, 받아 온 음식물 쓰레기뿐이었기 때문이다.

입안에 머금자마자 울렁이는 악취가, 물컹한 식감이, 견딜 수 없어 구역질이 절로 나왔다. 이런 걸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 먹인다./사진=남형도 기자

뚜껑을 열었다. 마구잡이로 뒤섞인 음식물, 쓰레기. 불특정 다수의 침이 섞였을, 버린 것들을 다시 모았을, 그래서 쓰레기라 부르는. 시각적으로만 봐도 감촉이 상상돼 등에 삐쭉 소름이 돋았다. 닫아버렸다. 차라리 배고픈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1년간 먹을 게 이것밖에 없어도, 내가 그런 사치를 부렸을까 싶어서.

다시 뚜껑을 열었다. 준비해 온 숟가락을 음식물 쓰레기에 꽂았다. 천천히 떠서 들었다. 아마 들어본 숟가락 중 가장 무거운 게 아녔을까.

입으로 가져갔다.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장육부 깊은 곳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숨을 잠시 참았다. 입 안에 넣었다. 불어 터진 면과 미끄덩한 김치와 퉁퉁한 밥알이 혀에 닿는 순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토해냈다. 본능적인 육성이 식도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꾸엑, 우웨엑. 아흐, 윽."

이게 실제 여기 개농장 개들이 먹었던 음식물 쓰레기, 물 같은 것들이다. 육안으로 봐도 훨씬 더 심하다, 내가 체험한 그 어떤 것보다도./사진=동물권단체 케어, 와치독 제공

눈물이 줄줄 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체험이고 나발이고, 이건 생명이 도저히 먹을 게 아니라 생각했다. 그 순간, 그걸 먹었을 개들이 떠올라 그런 생각을 품은 것조차 미안해졌다. 같은 인간이 한 짓인 게 싫었다.

소변 세 번을 누고, 그 위에서 몸을 뉘였다

뜬장에서 할 수 있는 것 따윈 아무 것도 없었다. 가만히 누워 있는 것도 힘들었다. 등이 배겼다. 그 무엇도 편치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오후 3시 30분. 추위와 허기에 구겨진 몸이 맥없이 무너졌다. 정신력으로도 이길 재간이 없었다. 하필 아침도 안 먹은 터라 배고파 미칠 것 같았다. 음식물 쓰레기가 진하게 남긴 구역질이 희미해질 무렵이었다. 다시 뚜껑을 열고 세 숟갈쯤 욱여넣었다. 죽상으로 우물우물 씹는 순간, 묵은 기억이 떠올랐다.

한여름 개농장에서 본 광경이었다. 그때 봤던 음식물 쓰레기는 이것보다 100배는 심했다. 상하지 말라고 끓이고 또 끓여 죽처럼 된, 밥그릇에 악취가 진동해 파리가 날아다니던 거였다. 그에 비하면 내 입에 있는 건 '신선 식품'이나 다름없었다. 그걸 가지고 구역질 난다고 토하고 있는 꼴이라니.

체험한 개농장은 아니지만, 경기도 화성에 있던 개농장 개들이 실제 먹었던 음식물 쓰레기. 짬밥은 썩었고, 물엔 파리가 둥둥 떠다녔다. 개들은 그걸 먹고 마셨다./사진=남형도 기자

다 씹고 그걸 넘기는 순간, 실은 '생명의 존엄성' 같은 게 몸에 붙어 다녔단 걸 알았다. 먹는 순간, 보이지 않아 왔던 그 존엄성이, 뚫린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분리된 뒤에야, 그걸 유지하기 위한 환경에 살았단 걸 알았다. 추위나 답답함. 그런 것과는 또 차원이 다른 뭔가가, 생존 앞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그게 비로소 시작이었다. 뭔가를 먹자 참았던 소변과 대변이 함께 마려워 왔다. 똥은 어떻게든 참겠으나 오줌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다양한 종류의 고통이 가해져 왔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했다. 바지 지퍼를 열고 뚫린 바닥으로, 그러라고 뚫어놓은 철창 아래로, 소변을 쏟아내었다.

이러라고 바닥을 뚫어 놓은 거다. 뚫린 철창 구멍으로 소변을 봤다. 동그란 자국이 났다. 그 위에서 다시 몸을 뉘였다. 소변이 묻은 철창을 피해 눕는 것, 그게 그나마 최선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콸콸콸, 뜨거운 줄기가 떨어지며 땅바닥에 거품이 일었다. 다 누고 나니 시원했다. 시원함 뒤엔 치욕 비슷한 게 몰려왔다. 남아 있던 생명으로서 지켜야 할 뭔가가, 또 떨어져 나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린내가 나는 땅 위에 다시 몸을 누였다. 소변이 묻은 철창을 애써 피해 보았다.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런 것뿐이었다.

내가 눈 똥과 오줌 위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그걸 먹고 다시 냄새나는 것들을 바닥에 쏟아내고. 아무리 애써봐도 상상이 가질 않았다.

후각이 인간보다 1만 배는 더 좋아 공기 분자까지 잡아낸단 개들. 나와 같은 뜬장서 살았던 개들은, 어떤 맘으로 1년을 버틴 걸지. 특히 무더운 여름엔 어땠을지.

"추운 데 거기 있으면 감기 걸려"…개농장 주인은, 그걸 아는 사람이었다

뜬장 철창은 곳곳에 구멍이 더 크게 나 있거나, 굵은 철사가 이처럼 튀어나와 있어 편히 눕기도 힘들었다. 자주 찔려서 아팠다./사진=남형도 기자

개들이 그렇게 살게끔 만든 장본인이, 오후 4시 넘어 내게로 다가왔다. 개농장을 없애게 해서 살기가 힘들어졌단, 주인 할아버지였다. 그는 여전히 동물단체를 욕하고 있었다. 살기 힘들어졌다고. 그 말 역시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추위를 버텼었는데, 그마저도 못하고 가만히 듣고 있자니 덜덜 떨렸다.

개농장 주인의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런 거였다. 그는 뜬장에 잔뜩 구겨져 버티던 날 걱정했다.

"아니, 진짜 저녁 6시까지 하려고? 찬 바닥에서 감기 걸려. 괜찮겠어?"

그 말에 적잖게 놀랐다. 그랬다. 그는 뜬장이 힘든 환경이란 걸 아는 사람이었다. 춥고, 닿으면 아프고, 오래 있으면 괴롭단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사람에겐 걱정할 줄 아는, 그러나 개들은 아마도 괜찮다고 여겼으리라. 정해놓은 시간까지 하겠다고 주인에게 좋게 대답했다.

개농장 주인이 다시 지나갈 때마다 신경이 곤두섰다. 어땠을까. 개들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끌려가면 다신 돌아오지 않는, 매일의 고통을 함께 견딘 친구가 사라지는 걸 보며. 개농장 주인의 발자국 소리, 눈빛 하나에, 얼마나 무서워 뜬장 안에 더 찌그러졌을지. 눈빛을 애써 피했을지. 그런 생각을 하니 무언가 울컥 데워졌다.

끝나는 시간만 기다리며, 개들에게 미안해졌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지칠대로 지쳤다. 솔직히 너무 나가고 싶었다. 체험이어서 견딜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날이 어두워지자, 발도 너무 시려워 신발을 신을 수밖에 없었다. 신발을 신고도 발가락에 감각이 없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뜨거운 맘과는 달리 몸은 몹시 춥고 고통스러웠다. 물리적 통증이 과해지니 인간 동물은 이기적으로 변했다. 끝날 시간만 손꼽아 기다렸다. 체험해 공감하여 알리고 싶단 진심을, 엄습하는 고통이 넘어서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고 또 봤다. 5분씩 흐를 때도 있었다.

끝나는 시간을 알기에 버틸 수 있었다. 단언컨대, 또 장담컨대 정말 그랬다.

오후 5시 15분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니 역겹게도 희망이 차올랐다. 어둑어둑한 하늘을 보며 곧 끝나겠단 생각을 했다. 몸서리치도록 그 생각이 싫었다. 괴로웠다. 거꾸로 어둠이 더 절망이었을, 추위에 또 더위에 자주 고꾸라졌을 개들을 생각했다. 죽도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바깥에 나오는 것조차 죄스러웠다. 힘겨웠던 하루를 잘 기록하는 것으로, 이곳에서 죽어 나가야 했던 개들에게, 그 미안한 마음을 갚는 걸로./사진= 와치독 활동가

저녁 6시. 고작 하루도 못 채운 체험이 8시간만에 끝났다. 뜬장이 철컹 열리고 난 기어 나오다시피 빠져나왔다.

와치독 활동가가 "너무 고생하셨다"며 내게 말해줬다. 그날 종일 궁금했던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활동가님, 근데 제가 있던 뜬장에 몇 마리나 있었을까요?"(기자)

"서너 마리쯤 있었어요."(와치독 활동가)

내가 들어가 있던 뜬장에, 이 개들이 있었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 와치독 제공

대답을 듣고는, 덜덜 떨리고 묵직해진 몸을 기어가듯 천천히 옮겼다. 차마 더는 뜬장 쪽으로 뒤돌아볼 자신이 없었다.

그 삶을 이제야 알아버렸고, 지금은 거기 있던 존재들이 텅 비어 있단 걸 알기에.

그래서, 돌아보면 어쩐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서였다.

살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걸 찾았을, 뜬장 속 개들이 긁은 나무 판자의 흔적. 가운데가 깊이 패이도록 긁고 또 긁었다. 어떤 맘이었을지 짐작이 됐기에 애달프고 아팠다. 그 자국을, 손으로 가만히 어루만졌다./사진=남형도 기자

에필로그(epilogue).

꽉 막힌, 철창으로 된 뜬장에서 할 수 있는 게 딱 하나 있었다.

뒤쪽에 덧대어져 있는 나무판자가 그 안에서, 무언가 해볼 수 있는 유일한 거였다.

그걸 알아챈 순간 그 나무판자가 사정없이, 또 불규칙적으로 패여 있는 걸 봤다.

거기 오래 갇혀 있던 개들이 앞발로, 미친 듯이, 긁고 또 긁고, 또 긁어본 자국이었다.

개식용 금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은, 연말이 '분수령'이다.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한단 소식에 육견협회는 서울 용산에 개들을 욱여넣고 이리 데리고 왔다. 그들은 개식용 금지법이 제정되면 개농장 개 200만 마리를 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뜬장 체험을 하고 난 뒤 진실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그 말대로 그리 하는 게, 정말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땅을 밟아봤음 싶어서. 태어나 단 한 번이라도./사진=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