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망망대해로"…치열했던 추경호 부총리의 598일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2023.12.28.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8년 만에 '친정' 기획재정부로 복귀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를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어려운 과제가 많이 있지만 함께 한번 열심히 돌파해 보자.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고공행진하던 물가는 점차 안정세를 찾았고 수출도 13개월 만의 반등 후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우리 경제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추 부총리의 시작과 끝은 같았다. 부총리 취임 후 598일째인 12월 28일, 추 부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경제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민생현장이 어렵고 곳곳에 경제 숙제들도 여전히 남아있다"면서도 "우리는 능히 이겨내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이임사를 마무리하면서 기재부 직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를 세 번 크게 외쳤다.
"인기 없어도…지출 조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유선일 기자

추 부총리가 임기를 시작(2022년 5월 10일)하며 물려받은 지난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암울했다. 물가 상승률이 4~5%를 넘나들었고 나랏빚은 1000조원에 육박했다.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여전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악영향 우려도 커지고 있었다.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생계가 곤란해진 소상공인 지원이었다. 추 부총리는 새 정부 출범 이틀 만인 지난해 5월 12일 59조원 규모 추경안을 발표했다. 국회는 심의를 거쳐 62조원 규모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지출 확대'는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불어난 나랏빚이 결국에는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판단에 재정정책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고 허리띠를 바짝 조였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올해 예산안은 2021년 1·2차 추경을 포함한 전체 예산과 비교해 6% 줄어든 639조원이었다. 연간 총지출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었다. 국회 심의를 거쳐 올해 예산은 638조7000억원으로 확정됐다.

내년 총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도 건전재정 기조는 계속됐다. 정부는 올해 대비 2.8% 증가한 656조9000억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8% 지출 증가율은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회는 지난 21일 정부안보다 3000억원 줄어든 656조6000억원 규모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추 부총리의 업적을 '추경 불호(不好)'로 꼽으며 "쉽고 편하고 정치적으로도 인기가 있을 넓고 편안한 길을 버리고 좁고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나라를 위해 재정 흐름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도록 방향을 바꿔주신 결정은 지금 당장은 참 어려운 결정이지만 사후적으로 우리나라를 위해 크게 공헌한 것으로 반드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희망 보이는 물가 안정, 그리고 수출 회복세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3.12.28.

추 부총리의 598일은 하루하루가 '물가와의 사투'였다. 지난해 7월 물가 상승률이 6.3%까지 뛰는 등 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이었다.

추 부총리는 연일 "물가와 민생안정에 정책 최우선 순위를 둔다"고 강조하며 물가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했다. 수시로 비상경제민생회의, 비상경제장관회의 등을 주재하며 대책을 쏟아냈다. 추 부총리 재임 동안 개최한 비상경제장관회의만 총 45회에 달한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8월 강원도 강릉 소재 고랭지 배추밭을 방문해 작황을 점검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도 꼼꼼하게 챙겼다.

정부의 노력과 국제 유가 안정 등 영향으로 물가는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3.3%로 둔화했고 내년 말에는 안정 목표인 2%로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수출 부진에도 적극 대응했다. 지난 2월 장관급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신설하는 등 수출 활성화에 전 부처 역량을 집중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수출은 지난 10월 13개월 만에 반등했고 지금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로 복귀하는 추 부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김완섭 전 기재부 2차관과 기념촬영을 했다./사진=유선일 기

추 부총리는 이날 이임식에서 "이제 여러분 곁을 떠나 다시 얼마 전에 있던 제 장소로 돌아간다"고 했다.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인 추 부총리는 내년 3선에 도전한다.

추 부총리는 "책상 위에서 여러분과 토론하고 현장도 많이 다녔지만 이제 조금 더 어려운 분들, 힘들고 지쳐계신 분들, 살림살이가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부모님들, 어르신들, 소상공인 등 많은 현장을 방문해 더 많이 만나고 말씀을 많이 듣겠다"고 했다. 또 "눈살 찌푸리게 하는 정치를 하지 않고 좀 더 국민에게 사랑받는, 신뢰받는 정치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추 부총리는 정치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김완섭 전 기재부 2차관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이날 "김 차관도 저와 함께 망망대해로 나간다"며 김 전 차관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김 전 차관은 강원 원주을 출마를 노리고 있다. 김 전 차관의 후임으로는 김윤상 전 조달청장이 임명됐다.

김 전 차관은 "여러 후배들이 줬던 따뜻한 마음과 소중한 추억을 뒤로하고 이별할 시간이 됐다"며 "석별의 정을 두고두고 나누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