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원년..."새로운 기회" 韓반도체도 다시 뛴다

AI(인공지능) 시대가 급격하게 도래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다. 온디바이스(기기 탑재) AI 도입으로 인공지능이 일상생활 속 한 단계 더 깊숙이 진입할 수 밖에 없고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를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셈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주문형 반도체에 더욱 힘을 쏟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 사장이 CES 2024를 관람하는 모습/사진=인스타그램 캡처

AI 원년을 여는 삼성전자 (78,300원 ▼100 -0.13%)의 첫 제품은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다. 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갤럭시언팩을 열고 S24 시리즈를 공개한다. AI를 품은 디바이스 바람은 반도체 훈풍 기대감을 키운다. DS(반도체)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의 발언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경 사장은 "AI시대는 지금 시작일 뿐"이라며 "새로운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CES에서 만난 대부분의 고객과의 대화 주제는 AI였다"며 세계 최대 IIT·가전 전시회 'CES 2024' 참가 후 소감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첫 메이저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PC와 가전 등 모든 디바이스가 AI를 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해 나오는 PC 5대 중 1대가 AI 기능을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디바이스 AI 기기는 보통 기기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탑재량이 2배 이상 많다. 경 사장은 이에 따라 컴퓨팅 고용량 HBM, GPU(그래픽처리장치) 가속기, 2.5D 패키징 등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 봤다. AI용 반도체 수요 증가를 예측한 것이다. 경 사장은 올해 초에도 "AI 혁신 속도에 발맞춰야 한다"며 새해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경 사장의 전망대로 삼성전자는 차세대 AI용 반도체에 투자를 늘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캐팩스(CAPEX, 시설투자)를 2.5배 이상 늘리고,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메모리에 더해 파운드리(위탁생산)을 모두 하는만큼 고객들에게 HBM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CES 2024에서 개최한 SK하이닉스 AI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모습/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185,300원 ▲1,500 +0.82%) 역시 AI 반도체에 전력투구 중이다. 곽노정 사장은 CES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생성형 AI 보편화로 메모리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AI시대 다양해지는 고객 요구에 따라 최적의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가 확실한 HBM 선두가 맞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 사양 HBM인 5세대 HBM3E를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 성공했고, 올해 상반기 중 양산할 예정이다. 올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60% 가까이 차지한단 목표를 내부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 HBM 생산능력을 전년도 대비 2배 이상으로 늘려 잡았다.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청주 공장에 신규 HBM라인을 구축하고, 레거시(성숙)공정 위주의 중국 우시 공장까지 4세대(1a)로 전환하기로 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 제재로 첨단 공정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반입할 수 없자, 우시 공장 웨이퍼를 국내 이천으로 옮겨와 EUV작업을 해 1a D램을 만드는 꾀를 낸 것이다. 1a는 주력 D램 공정으로 HBM3와 DDR5 등이 1a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다만 미세화·첨단화에 따라 EUV 적용 공정이 더욱 늘어나는 만큼 한계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신 세대들은 6~7번도 EUV를 적용하는데, 우시와 이천을 6~7번 왔다 갔다할 수 있는가"라며 "팹 이동에 따른 리스크가 있지만 동시에 캐파업이 필요한 상황이라 우선 파일럿으로 시도하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딜로이트는 올해 생성형 AI 전용 반도체 시장 규모를 400억달러(53조2600억원)로 전망하고, 3년 후인 2027년엔 10배로 성장한 4000억달러(532조2600억원)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HBM 시장 연간 성장률을 100%이상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