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IRA에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고려해달라" 요청

(워싱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1년 행사서 연설을 갖고 “IRA 법은 미국의 일자리 및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8.1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조건과 관련해 기업들의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8일 미국 재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기업들의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이차전지 핵심광물 조달 시 주요 광물 보유국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해 국내 완성차·배터리·소재업계 목소리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의 IRA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을 외국우려기업(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적용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 IRA 세부 규정안 발표를 통해 FEOC를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으로 규정하고 같은 달 18일까지 의견서를 받았다.


이는 중국산 핵심광물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와 배터리업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업계에서도 FEOC 규정과 관련된 의견을 제출했다. 핵심광물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도 IRA 보조금을 받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미국 정부에 특정 핵심광물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외국우려기업(FEOC)을 즉각적으로 제거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현대차는 의견서에서 "중국이 2022년 전세계 구형(spherical)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했다"며 "다른 국가들이 단기에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광물 명단을 도입하고 명단에 흑연도 포함해달라고 제안했다.

현대차그룹은 특정 핵심광물이 차지하는 가치가 일정 금액보다 작을 경우 FEOC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de minimis) 도입도 요청했다. 현대차는 최소 허용 기준으로 10%를 제시, 배터리에 사용된 핵심광물 전체 가치의 10% 미만에 해당하는 핵심광물은 FEOC를 적용하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FEOC 규정 적용을 2년 유예해줄 것과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 추적이 불가능한 소재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의견 제출은 그동안 미국 정부와 실무적으로 해왔던 논의의 연장선상"이라며 "정부는 기업들의 의견을 취합해 공통된 의견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