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베트남인, 애 못 키워"…생활비 한 푼 안주던 폭력 남편의 이혼 소송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베트남 아내를 때리고 생활비도 주지 않던 한국 남편이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아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양육권을 못 갖게 하는 사연이 전해졌다.

베트남 국적 A씨는 1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남편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따로 살던 중 이혼 소송을 당했다고 밝혔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한국 남성과 결혼해 아들을 출산했다. 남편은 결혼생활 초기부터 사소한 일에도 화내며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다고 한다. A씨는 남편 폭행으로 수차례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남편은 외박도 자주 했다.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해 일하면서도 A씨에게 생활비나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A씨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지만,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친한 지인의 도움으로 A씨는 한 회사 물류창고 직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A씨는 일하는 동안에는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다.


그러나 갑자기 회사에 사정이 생기면서 A씨는 서울에서 울산으로 일자리를 옮겨야 했다. 시어머니는 "더 이상 아이를 돌봐줄 수 없다"고 했고, A씨는 어쩔 수 없이 아이만 데리고 울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남편과 별거한 지 2년이 지났다. 그런데 최근 남편은 '아내가 동거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가출했다'는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A씨는 "현재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다.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며 "남편은 제가 베트남 국적이라 양육권을 가져갈 수 없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김규리 변호사는 "외국인이 한국인과 혼인신고한 뒤 2년 거주하는 등 요건을 충족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며 "A씨가 베트남 국적이라 해도 남편이 한국에서 이혼 소송을 청구했기 때문에 소송 진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법 제840조 제2호는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경우'를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해야 할 부부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씨는 해당하지 않는다. 남편 폭언과 폭력에도 아이를 키우고, 경제 활동을 지속하려고 노력하면서 직장 문제로 거처를 옮긴 걸로 보인다"며 "특히 A씨는 사전에 남편과 논의하면서 의견을 조율하려고 했고, 이후로도 서울과 울산을 오갔다. 아이와 함께 울산에서 생활하는 건 동의를 얻고 이뤄진 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폭행당한 것에 대해서는 "남편이 주장하는 혼인 파탄 원인을 다투는 동시에 남편의 부당한 대우 때문에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며 "반소(反訴)를 통해 이혼을 청구하고, 그로 인한 위자료도 함께 청구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또 A씨가 양육자로 지정될 가능성에 대해 "한국어 소통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이라 양육자로 지정될 수 없는 건 아니다"며 "혼인 기간 내내 양육을 전담한 점과 지금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점, 양육 환경, 아이에 대한 애정과 친밀도, 경제적 능력 등을 주장한다면 충분히 양육자로 지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에서 결혼 생활한 외국인들은 이혼하면 한국에 살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인 배우자에게 혼인 파탄 귀책 사유가 있거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경우에는 체류 자격을 연장하거나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