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기시다에 대화 기습제안…정부 "한미일 긴밀히 소통 중"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이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북일정상회담 여지를 남긴 데 대해 "한미일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정례브리핑 모습. / 사진=뉴시스

정부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대화 여지를 남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와 관련해 16일 "한미일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를 평양으로 초청할 수 있다는 김여정의 담화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정부는 최근 일본과 북한 관계에 대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5일 담화를 통해 "일본이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다"며 "(일본)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일본이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나 핵·미사일 문제를 전제로 계속 들고 나와 두 나라 관계가 수십년간 악화 일로를 걷게 됐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과거가 아니라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현명성과 전략적 안목 그리고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의지와 실행력을 가진 정치가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의 발언은 일본이 자국민 납북 문제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면 북일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북일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어 호응 가능성이 일부 존재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5일 북일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 사진은 2018년 2월 강원도 강릉시 강릉역에 도착해 밖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북한이 일본에 기습적으로 대화를 제안한 배경은 지난 14일 한국이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는 쿠바와 극비리로 수교관계를 맺은 데 따른 견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보다 먼저 '대한민국은 제1의 적대국' '유사시 한반도 영토 평정'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여기에 북한 국가인 '애국가' 가사에도 한반도 최북단부터 최남단을 비유적으로 뜻하는 '삼천리'라는 단어도 삭제했다.

이와 관련 김인애 부대변인은 "북한이 자신들의 애국가에서 5000년간 민족의 터전인 한반도를 의미하는 삼천리라는 단어를 지우는 식으로 통일 관련 용어조차 없애려고 하는 반민족적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17일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간 10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보고서가 북한 인권의 참혹함을 고발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음에도 북한 인권현실은 여전히 열악하고 암울하다. 북한은 주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주민의 인권과 민생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COI는 2013년 3월 북한 인권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유엔의 공식 기구로 이듬해 2월 북한 인권문제 등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북한 내 인권침해가 정권 등에 의해 자행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야 한다는 권고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