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적법한가… ICJ 재판 시작

(헤이그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이스라엘 외무부의 탈 베커 법률고문과 영국 법률가 말콤 쇼가 이스라엘 측 자리에 앉아 있다. 2024.01.1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57년간 팔레스타인 거주지를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조치가 적법한지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재판이 시작된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ICJ는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이 적법한지 가리기 위한 첫 번째 심리를 실시했다.


이는 2022년 12월에 유엔이 가자지구·요르단강 서안지구·동예루살렘 등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데 대해 적법한지 ICJ의 조언을 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재판으로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인사들은 이스라엘의 점령이 국제법 핵심 원칙을 위반했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불법 점령을 즉각 끝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재판 첫날이었던 이날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교장관은 "700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자신들의 땅과 집으로 돌아갈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불법 점령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파멸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부당한 모욕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의 불법 행위를 계속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특사도 "이스라엘의 영토 점령은 당장, 그리고 완전하게 종료돼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 국제법을 따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ICJ와 국제사회가 정의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 인사들은 재판에 직접 참석하진 않았다. 다만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스라엘 정부가 서면 진술서를 ICJ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유발 샤니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은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의 인질을 납치한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기습 공격을 사례로 들어 평화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선 안보를 위해 점령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과 주요 인권단체들은 이 점령이 방어적 조치를 훨씬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점령지에 유대힌 정착지를 건설해 아파르트헤이트(분리) 체제를 만들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2등급 지위를 부여하고 유대인의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승리를 기점으로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 및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팔레스타인은 이 3곳 모두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을 분쟁지역으로 간주하면서 협상을 통해 미래가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또 점령한 동예루살렘을 서예루살렘과 합병해 이스라엘의 수도로 간주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는 ICJ 재판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52개 국가와 아랍연맹, 이슬람협력기구, 아프리카연합 등 3개 단체가 참여해 연설한다.

ICJ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 점령에 대해 자문 의견을 요청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2004년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에 분리 장벽을 건설했을 때 ICJ로부터 국제법 위반이란 판결과 함께 공사 중단을 명령받았지만 무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