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사가 죄냐, 애는 누가 키워?" 성차별 발언에 女전문의 분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박민수 차관이 의대 증원과 관련해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여의사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의사인 게 그렇게 죄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박 차관이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발언에 대한 내용이다.

박 차관은 해당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의 근거가 된 논문을 언급하면서 "여성 의사 비율 증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 시간 차이 등 여러 가정을 넣어 분석했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모델을 가지고 추정한 것"이라 설명했다.

해당 발언은 여성 의사의 전문성과 노력을 폄훼하고 성차별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글을 쓴 A씨는 자신을 필수과 여자 전문의라고 소개했다.

A씨는 "저는 전문의고 할 일이 있으니 출근해 일도 평소처럼 하고 있다. 세금 떼고 하루 1만8000원 받는 당직도 안 빼먹고 다 서고 있는데 무슨 여의사가 일을 안 한다는 얘기를 하냐"고 분노했다.

이어 "가정 있고 애 있는 분들이 근무 시간 줄이고 휴직하고 이런 것은 의사뿐 아니라 타 직종도 마찬가지 아니냐. 그럼 애는 누가 키우냐"며 "애를 엄마가 키우니까 남편들은 안 쉬고 근속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무슨 여의사 때문에 의사가 부족한 것처럼 호도하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여자는 의사가 되지 말라는 거냐. 아니면 여자는 한명 당 0.5로 쳐서 4000명을 증원할 거냐. 그런 논리라면 대기업도 그렇고 모든 직종이 그냥 다 남자만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A씨는 "여의사의 근로 시간은 남자 의사에 비해 절대 짧지 않다. 전공의들 출산휴가 3개월 빼고 다 출근하고 심지어 밤샘 당직도 선다. 여자라고 대학교수 자리 발령 못 받고, 로컬 나오면 출산한다고 잘려서 남자들만큼 좋은 일자리를 못 받는 경우가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그러다 보니 남자들이 안 가는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지원하게 되고 그래서 근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질 수 있는데, 그게 여자가 선택해서 그런 거냐"며 "출산 후,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모든 경력단절 여성들의 고민거리라 생각된다. 가뜩이나 출산율 낮은 나라에서 도대체 왜 저런 발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도 함께 분노했다.

한 누리꾼은 "그럼 여자들은 애도 낳고 애 낳고 쉬지도 말고 육아휴직도 쓰지 말라는 건가. 이러니까 출산율이 세계 최악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박민수 차관의 발언이 확대해석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 누리꾼은 "남녀 근로 시간 차이, 여의사 증가는 통계로 증명된 사실인데 이걸 왜 '여혐(여성혐오)'로 해석하는지 모르겠다. 차관의 발언은 '모든 것을 변수로 넣었다'는 얘기인데 확대해석된 것 같다"고 댓글을 달았다.

박 차관의 해당 발언에 대해 한국여자의사회는 "여성 의사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어려움과 도전을 외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성별 간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적 노력에도 역행하는 발언"이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복지부는 해명자료를 배포하고 "박 차관이 '여성 의사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라거나, '근무 시간이 적은 여성 의사가 늘어 의사가 부족하다'라는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수급 추계 방법론에 대한 객관적 사실에 대한 설명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