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탈퇴한 이탈리아, 중국 BYD에 손 내민 이유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 자동차 공급망 강화를 위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에 공장 설립을 제안했지만, 비야디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BBNews=뉴스1

중국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탈퇴로 중국 정부가 대립각을 세운 이탈리아가 자국 자동차 공급망 강화를 위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에 공장 건설을 제안했지만, 비야디가 이를 일단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클 슈 비야디 유럽 법인장은 이날 제네바 국제모터쇼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유럽 공장 건설과 관련 논의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논의를 위해 이탈리아 정부와 몇 차례 접촉했다고 덧붙였다.


비야디는 지난해 12월 헝가리에 유럽 첫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고, 곧 공장 건설을 착공할 예정이다. 만약 비야디가 이탈리아에 공장을 짓게 되면 이는 유럽 두 번째 공장이 된다. 비야디의 헝가리 공장은 2026년 첫 가동을 시작해 연간 2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슈 법인장은 "(유럽 두 번째 공장 필요성은) 우리의 판매량으로 결정된다. 현재 우리는 매우 좋은 진전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회사가 현재 헝가리 공장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유럽의 두 번째 공장을 언제, 어디에 지을지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부연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우회적으로 비야디에 공장 건설을 제안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아돌포 우르소 이탈리아 산업부 장관은 이날 한 행사장에서 비야디에 대한 질문에 "다른 유럽 국가처럼 이탈리아도 자국에서 여러 자동차 업체 제품을 생산해 자동차 공급망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자동차 제조업체가 하나뿐인 유일한 자동차 생산국"이라며 업체명은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는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와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르소 장관이 언급한 하나뿐인 자동차 제조업체는 피아트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미국 기업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와 프랑스 PSA(푸조 시트로엥)그룹의 합병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이탈리아 정부의 이번 제안은 스텔란티스의 생산시설 이전과 관련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스텔란티스는 최근 전기차 보조금 부족,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이탈리아 내 일부 생산시설을 헝가리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 이탈리아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패키지 등을 발표하고, 스텔란티스가 2030년까지 이탈리아 내 생산량을 100만대까지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은 일단락됐다.

최근 자동차 생산시설 이전을 두고 스텔란티스와 갈등을 빚은 이탈리아 정부가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에 공장 설립을 제안했다. 사진은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

한편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순수전기차 판매 세계 1위를 차지한 비야디는 해외 판매 및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브라질, 헝가리 등 해외 생산시설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과 국경을 맞닿은 멕시코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비야디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비야디는 미국 시장 진출에는 선을 그었다. 스텔라 리 비야디 부사장은 27일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흥미로운 시장이지만 전기차와 관련해선 매우 복잡하다"며 미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 및 정부의 전기차 도입 속도 조절 등을 언급했다. 또 미·중 갈등 관련 정치적 요인도 거론하며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