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증가세에도…'소비 회복' 확신 못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고물가·고금리에 얼어붙었던 소비에 일부 온기가 돌고 있다. 소매판매가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다.

하지만 최근 소비 증가세는 일회성 요인 영향이 큰 까닭에 아직 '소비 회복' 단계로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최근 소비 증가세를 긍정평가하면서도 추세적 소비 회복으로 보는 것엔 신중한 모습이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매판매지수는 104.5(2020년=100 기준)로 전달보다 0.8% 증가했다. 지난해 12월(0.6%)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소매판매를 이끈 건 면세점이다. 연초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면세점 판매가 전월대비 29.3% 증가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97.8% 급증했다.

이 때문에 소매판매 중 화장품 등이 포함된 비내구재 판매가 전월에 비해 2.3% 증가했다. 의복 등 준내구제(-1.4%)와 승용차 등 내구재(-1%) 판매가 전월 대비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또 대형마트 소매판매도 전달에 비해 1.2% 증가했다. 여기에 갤럭시S24 등 신제품 출시로 인한 통신·방송장비 관련 호조도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민간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체 카드(신용+체크) 승인금액은 99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9% 증가했다. 승인건수는 같은 기간 8.7%(20억7000만건→22억5000만건) 늘었다.

민간소비 회복은 우리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초만해도 수출 부진 속 우리 경제 버팀목 역할을 민간소비가 하반기로 갈수록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민간소비 기여도는 지난해 1분기 0.3%p에서 4분기 0.1%p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다만 소비가 추세적으로 회복 흐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역시 적어도 한 달 이상 소비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과장은 "소비가 지속적으로 반등할 것인지는 1개월 정도는 더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 회복을 가로막는 고금리·고물가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2.8%까지 내렸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들어 다시 3%대로 튈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옅어지는 분위기다.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처음으로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긴 했지만 지금의 긴축 수준을 상당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금통위원 다수 기류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전망치(1.9%)보다 0.3포인트(p) 낮춰잡았다. 완연한 수출 회복세에도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2.1%)를 유지한 이유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회복의 온기가 민생·내수 취약부문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상반기 재정 신속집행 관리와 함께 민생토론회 후속조치의 조속한 이행, 내수 취약부문 보완과제 발굴·집행 등에 최우선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