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 은행 전망 '부정적'…상생금융·ELS배상 등 수익성 악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은행 산업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사진=뉴스1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 은행 산업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대출 연체 증가, 상생금융 압박,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배상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한국 은행 시스템 전망'을 통해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고 8일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은 중장기적으로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해외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등의 영향을 받는다.


무디스는 "향후 12~18개월간 은행의 영업 환경, 자산건정성,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은행의 평균 자산 수익률이 지난해 0.6%에서 올해 0.5~0.6%로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봤다. 대출금리가 정점을 찍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NIM(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1.5%로 떨어질 전망이다.

민생금융 등 은행의 사회적책임이 강조되면서 은행이 대출금리 인하 등을 약속한 것도 NIM 하락을 압박할 것으로 봤다. 또 채무불이행이 증가하면서 보증상환과 대위변제가 증가하는 것도 은행의 수익성 하락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홍콩 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손실 배상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로 판단할 경우 투자자 손실을 은행이 배상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무디스는 은행권 평균 연체율이 지난해 말 0.38%에서 향후 12~18개월 동안 약 0.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과 가계신용대출에서 손상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건설업과 부동산업도 자산 리스크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부동산 PF 리스크 영향은 은행 입장에서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또 은행권이 예상 신용 손실에 충분한 충당금을 보유하고 있어 올해 평균 대출 대비 대손충당금은 약 0.25%로 유지될 것으로 봤다.

국내 영업환경도 좋지 않다. 올해 한국은 수출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과도한 이자부담과 높은 생활비로 인한 구매력 약화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은행의 대출 성장률도 지난해 4.6%에서 올해 3~4%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인터넷은행과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봤다. 특히 온라인 대출 플랫폼이 신용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된 것에 주목했다. 인터넷은행 3사의 대출시장 점유율은 2022년말 2.2%에서 지난해 9월말 2.7%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