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에게 아첨" vs "미친 듯이 거짓말"…바이든·트럼프 막말 유세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본선을 8개월가량 앞두고 전·현직 대통령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9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난 6일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유세에 동시에 나서며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0.23%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조지아주는 대표적인 경합주다.

미국의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경합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선거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3.09 /AFPBBNews=뉴스1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국정연설(연두교서)을 시작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며 본선을 위한 선거유세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1시간 이상 진행된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대선 불복, 총기 규제 완화, 러시아·중국 관련 외교정책, 여성 낙태권 지지 등을 비판했다. 또 트럼프를 '내 또래의 다른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며 자신의 고령을 문제 삼은 공화당의 지적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금 체납과 관련 러시아의 침공을 독려하겠다고 주장한 데 대해 "러시아에 굴복했다"고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비판 목소리는 국정연설 후 더 거세졌다. 하루 뒤인 8일 '러스트벨트'(쇠락한 미 북동부 공업지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선거유세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은 우리의 자유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9일 조지아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 세계의 독재자와 권위주의 깡패들에게 아첨하고 있다며 "나는 그(트럼프)가 독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할 때 믿었다"고 했다.

필라델피아 연설 중에는 경합주의 중산층 표심을 얻고자 이례적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물가 등으로 부정적인 그의 경제 정책에 대한 민심을 되찾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미국의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경합주 조지아주 롬에서 선거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3.09 /AFPBBNews=뉴스1

경쟁자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센 막말로 맞섰다. 그는 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바이든의 국정연설을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그를 "사이코"(정신질환자)라고 했다. 트럼프는 국정연설에 대해 "자신과 그(바이든)의 당이 만들어낸 끔찍한 파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자신의 기록에서 도망치고 미친 듯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단어를 썼다.


9일 조지아주 선거유세에서는 지난달 20대 간호대 학생 레이켄 라일리의 살해 용의자로 베네수엘라 국적의 불법 이민자가 체포된 것을 언급하며 바이든의 이민정책을 비난하는 동시에 그를 "가장 무능하고 부패한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했다.

심지어 과거 자신이 추진했던 '틱톡 규제'에 대한 입장도 바꿨다. 그는 2020년 미국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며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에 틱톡 미국 사업을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법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최근(7일) 미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가 틱톡 매각 법안을 통과시키자 그는 트루스소셜에 "틱톡을 없애면 페이스북과 '저커 쉬머크'(마크 저커버그를 조롱하는 말)의 사업이 두 배로 성장할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사기 친 페이스북이 더 잘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