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사망 부작용 탓?…알츠하이머 신약, 미국 FDA 승인 연기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알츠하이머 신약으로 주목받은 미국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을 연기했다. 당초 이달 말 결정될 것으로 보였던 승인 여부는 수개월 지연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도나네맙의 부작용 문제로 FDA가 승인을 미룬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업계에선 FDA 허가 지연이 장기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FDA가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도나네맙'에 대한 승인 결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FDA의 도나네맙 승인이 같은 해 연말에서 올해 1분기로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번에도 한 차례 더 미뤄지게 된 것이다.


FDA는 말초·중추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PCNS)를 소집, 도나네맙의 효능과 안전성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회의 일정은 미정으로 도나네맙의 FDA 승인 시점은 올해 1분기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달 말로 예상됐던 FDA 승인 일정은 수개월 뒤로 밀리게 됐다.

구체적인 자문위 소집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도나네맙의 부작용 우려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도나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과발현되는 나쁜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을 제거하는 방식의 기전으로, 현재까지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중 가장 효과가 우수한 신약 후보물질로 꼽혀왔다. 실제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 173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위약(가짜약) 대비 인지력 저하를 35% 늦추며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임상 중 환자 37%에서 뇌부종과 미세출혈 등이 발생하고 3명이 사망하는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에 국내 임상 3상 관련해서도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회사 측은 승인 연기 이슈의 영향 없이 임상을 진행 중이란 입장이다. 도나네맙의 국내 임상 3상은 지난해 10월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승인 후 진행되고 있다. 일라이릴리 한국법인 '한국릴리' 관계자는 "미국 허가 일정은 국내 임상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국내 임상 환자의 치료제 투여 시작 시점은 비공개로, 참여 병원별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FDA의 자문위 소집 결정에 대해선 "FDA는 도나네맙 임상 3상 '트레일블레이저-ALZ 2' 연구의 특수한 임상 설계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아밀로이드 플라크 평가를 기반으로 환자가 치료를 완료할 수 있는 제한 기간 투여 요법 및 타우(TAU) 수치 기반의 환자 포함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도나네맙은 진행성이며 치명적인 질병에 대응하는 새로운 종류의 의약품"이라며 "일라이릴리는 해당 데이터와 연구 과정에 대해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미국 FDA의 판단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라이릴리 본사와 한국 법인이 FDA 관련 논의의 세부 사항을 공유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임상 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사실상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는 FDA의 이번 결정에 당혹감을 드러내면서도 기회로 활용하겠단 입장이다. 앤 화이트 일라이릴리 뉴로사이언스 사장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을 겪는 이들에게 도나네맙이 유의미한 효과를 가졌다는 잠재력을 확신한다"며 "자문위 소집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임상 관련 결과를 추가로 발표하고 안전성 측면에서 도나네맙의 강력한 효능을 알릴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서 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 '레켐비'의 경우도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승인이 안 될 거라고 예상됐던 약물"이라며 "도나네맙의 경우도 시기가 조금 늦춰진 것뿐 타격이 오래갈 거라 보진 않는다. 알츠하이머 분야는 치료제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영역이다 보니 FDA 입장에서도 신중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