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네타냐후 갈등 커진다…"라파 공격 마" vs "작전 강행"

미국 백악관이 이스라엘을 향해 '라파 공격 작전을 중단하라'고 경고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백악관이 이스라엘을 향해 '라파 공격 작전을 중단하라'고 경고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이터=뉴스1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의 가장 큰 도시 라파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을 향해 "라파를 부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라파를 공격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격퇴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민간인을 보호하고 장기적 평화를 찾을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며 "130만명이 살고 있는 라파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계획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같은 미국 측의 경고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를 침공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내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행사 연설에서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면서 라파에서 일을 마무리하겠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의 라파에서 군사 작전이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를 긴장시킬 수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여러 차례 압박해왔다. 11일 미 정보당국 역시 보고서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생명이 위태로우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고 밝혔다. 최근 바이든과 네타냐후 총리가 한 달 동안 전화 통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갈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미국 측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 중단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이 백악관의 경고를 무시했을 때의 결과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원조에 조건을 달기 시작하는 것인지에 대한 보도에 대한 입장도 밝히기를 거부했다.

라파는 가자지구 남부에 위치한 이집트 국경 근처 도시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을 포함해 현재 약 130만명의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 전체 주민의 절반이 넘는다. 미국과 주변국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펼치면 이 도시에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닥칠 것을 우려했다. 유엔은 곧 가자지구에 기근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수개월째 이어지자 가자지구는 육로가 모두 차단돼 식료품 조달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미국과 주변국들은 공중 투하 방식 등으로 식량 원조를 시작했고 해상 운송을 위한 임시 항구 건설을 준비 중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시작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 공격으로 1200여명이 사망했다며 반격을 가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이후 가자지구에서 약 3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