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푸틴 5선 확정…종신집권 길 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러시아 대통령 선거(15~17일)에 이변은 없었다. 세계의 관심은 당선자가 아닌 득표율(87.32%), 투표율(74.2%)이었는데 역대급 결과를 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한 서방-러시아의 대립 구도는 강화될 조짐이 인다. 5선을 확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를 외쳤고, 미국 등 서방에선 '유사 선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국민 모두의 지지와 신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전사들에게 감사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 중인 군인들을 직접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 승리로 러시아는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외부 세력이 아무리 우리를 겁주고 우리의 의지와 양심을 억누르려고 해도 역사상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인 새 임기 우선순위 과제로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과제를 해결하고 보다 강한 군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방력 강화를 언급했다.

반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대인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독재자가 또 선거를 흉내 내고 있다"면서 "이 자는 헤이그(국제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독일 외무부는 "푸틴의 통치는 권위주의적이며 검열, 억압,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유사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푸틴이 정적을 구금하고 출마를 막은 것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는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며 선거의 의미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선거에 앞서 푸틴 대통령의 주요 정적들은 제거되거나 사라졌고 크렘린궁은 비평가들을 수감하고 언론을 통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는 정치평론가 보리스 나데즈딘은 선관위 방해로 출마를 못 했다. 인터넷 검열도 강화됐다.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선 선거관리 직원들이 군인과 함께 투명 투표함을 들고 가정집을 방문해 투표하도록 했다.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선거 기간 러시아 안팎에선 크고 작은 항의와 시위가 잇달았다. 모스크바의 한 투표소에선 여성 유권자가 투명한 투표함에 잉크로 추정되는 액체를 쏟아부었고, 다른 투표소에선 투표장에 불을 지른 사례도 있다. 17일엔 선거 전 옥중 사망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지지자들이 기획한 정오 시위가 열렸다.

러시아는 이번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통제 및 서방과 대립 구도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DC 유럽정책분석센터의 안드레이 솔다토프 선임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러시아 당국은 선거를 핑계 삼아 검열과 탄압 수위를 높였다"며 "이는 선거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방에선 푸틴이 선거 압승을 전쟁에 대한 지지로 해석해 전쟁을 장기화하거나 키울 가능성을 우려한다. 외신들은 여름 공격을 위한 러시아 내 추가 동원령을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