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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영어와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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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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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나는 50대 후반의 직장인이다. 첫 직장은 산업은행이고 30년 남짓 근무하고 지금은 두 번째 직장인 중견기업에서 투자와 전략담당 일을 한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왔지만 대도시 출신 친구들 사이에서 별로 주눅이 든 기억은 없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나 외국인들을 만나는데 두려움이 없어서 미국, 유럽, 아시아, 중동 등 해외 여러 도시에 출장을 다닐 때도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단, 예외적으로 뉴욕과 런던에서는 영어 때문에 가끔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가장 바쁜 도시 사람들이라 말이 빠르기도 하고 내가 그들과 피부색은 다르지만 당연히 나도 영어를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대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2007년 뉴욕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JP모간이 개최하는 거시경제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 가벼운 핑거푸드와 함께 와인과 칵테일이 제공되는 저녁자리에서 JP모간의 중국계 직원들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미국에 유학 와서 공부를 마치고 JP모간에 취직한 중국계 직원이었는데 내 국적을 궁금해 했다. 그래서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계 은행 뉴욕지점에서 일한다고 대답했더니 "한국인치고는 영어를 잘한다"는 칭찬을 해줬다. 유학 와서 영어를 익히고 미국에서 일하는 나이 어린 중국 사람들에게 한국인치고는 영어를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니 웃어야 할까, 아니면 기분 나쁘다고 인상을 써야 할까.

여하튼 내가 꿈꾸던 금융중심지 뉴욕에서 좌충우돌하면서도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덕분에 여러 나라 친구도 만들고 새로운 지식도 많이 습득했다. 물론 학교 다닐 때 영어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는 100만번쯤 했다.


지난해 11월 회사 임원들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역사기행을 다녀왔다. 일본 근현대사를 전공한 대학교수 한 분과 함께 메이지유신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19세기 중반 일본의 엘리트들은 어떤 생각으로 국가를 혁신하려 했고 오늘날 한국 경제인들은 메이지유신에서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취지로 기획된 연수프로그램이었다. 일본 역사를 통해 오히려 구한말 한국의 역사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는데 일행 중 한 분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1905년 초대 조선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와 학부대신이었던 이완용이 을사조약을 준비할 때 어느 나라 말로 협상했을까." 정답은 조선어도 일본어도 아닌 영어였다. 두 사람 모두 세계 정세의 변화에 관심이 많았고 미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었으며 강대국 언어인 영어를 통해 신문물과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자 했다.

지난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올해 두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열렸다. FRB는 높은 금리가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금리를 낮춰야 할 적정 시점을 판단하기 위해 매월 발표되는 거시경제 데이터들을 신중히 살펴본다.

그런데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등 미국의 여러 경제지표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 초래한 효율성 덕분이라고 한다.

100여년 전 신문물과 세계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던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 우리나라에 많았더라면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있었을까. 내가 뉴욕에서 근무하던 시절 영어를 더 잘했더라면 나의 삶은 지금과 다를까.


오늘 현재 시점에서 100여년 전 영어에 해당하는 정보습득의 도구(tool)는 무엇일까. 챗GPT일까. 그리고 지금부터 10년 후에도 영어 활용능력은 여전히 중요할까. 또는 어떤 도구가 우리를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해주고 정보습득의 매개 역할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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