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항공용 엔진 개발 나선다...K-엔진 시계 빨라지나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선보인 두산에너빌리티 수소터빈 모형.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다섯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발전용 가스터빈을 기반으로 수소터빈을 개발중이며, 구조와 작동 원리가 유사한 무인기 항공엔진 개발 사업에도 착수했다.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항공엔진 사업에 뛰어든다. 발전용 가스터빈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차별화된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하겠단 전략이다. 항공 엔진 국산화의 시계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항공기 엔진 제작, 추진체 보조기 부품 제작, 정비와 판매 및 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고 27일 밝혔다.


발전용 가스터빈에서 축적한 경험을 무기로 삼겠단 구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년 세계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발전용 가스터빈과 항공용 엔진은 기술 기반이 동일하고 구조와 작동 원리가 유사하다.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설계, 제작·소재 기술을 항공용 엔진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항공용 엔진에 핵심이 되는 냉각·코팅 기술도 이미 확보했다. 항공기 엔진이 발화하면 1500℃의 초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견디는 기술이 필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1680℃ 고온 환경을 극복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이 밖에도 △고온부품 등 핵심 소재 개발 역량 △각종 지적재산권(IP) 및 데이터베이스 △자체 설계·제작·시험 인프라 △고도화된 엔지니어 역량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항공용 엔진 사업은 이미 시작됐다. 정부가 주관하는 '무인기용 엔진 요소 기술 개발', '첨단 항공엔진 개념설계' 등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무인기용 가스터빈 엔진 개발 사업에서는 '터빈 베인/블레이드 주조품 제작 및 후가공' 등 2개 과제를 담당해 2027년까지 기본설계를 수행할 예정이다. 독자적인 국산 전투기 엔진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가 발주한 첨단 항공엔진 개념설계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은 항공엔진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이 합심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독자적으로 항공엔진을 설계·제작할 수 있는 기술은 부족한 실정이다. 전 세계에서 항공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은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다. 항공엔진 개발은 항공산업 발전과 항공무기체계 자립을 위해선 필수다. 해외 제조사에 의존하면 유·무인 항공기의 독자적인 성능 개량이 어려울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발한 항공무기체계를 수출할 때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항공용 엔진 사업에 출사표를 내밀며 국내산 항공엔진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에서 면허생산 등으로 항공용 가스터빈 엔진 일부 부품의 제작하고 있는 기업들과의 경쟁도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KAI), 대한항공 등은 엔진부품, 날개 구조물 등 항공기 부품을 생산해 보잉과 에어버스 등 세계 주요 항공사에 공급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항공기, 특히 무인기 엔진 개발을 가속할 계획이다.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BG(비즈니스그룹) 부사장은 "발전용 가스터빈을 직접 개발·제작·공급한 원제작사(OEM) 경험과 함께 물적, 인적 인프라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두산의 경쟁력"이라며 "항공 엔진 국산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해외시장 진출의 초석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