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 샀는데 경기버스 타"…첫차 타는 청소노동자들 한숨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건물에서 만난 청소 노동자. /사진=김지은 기자

"버스 첫 차에 그렇게 사람 많은 건 처음 봤어요."

28일 오전 10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건물. 이곳에서 바닥 청소 작업을 하던 김모씨는 아침 출근길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그는 평일 아침 5시30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6628번 시내버스를 타고 아침 6시쯤 여의도 건물에 도착해 청소를 시작한다.

이날은 버스가 정류장에 오지 않으면서 15분 넘게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멀리서 경기도 버스가 오는 것을 보고 급하게 타 가까스로 도착했다. 김씨는 "오늘 버스가 없어서 경기도 부천에서 오는 버스로 대신 타고 왔다"며 "평소 타던 버스는 한 번에 쭉 왔는데 경기도 차는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새벽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시민들은 특히 불편이 컸다. 청소 노동자들은 직장인들이 사무실 출근을 하기 전 청소를 마쳐야 해 버스 파업에 더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후동행카드 샀는데…" 신용카드로 추가 결제한 청소노동자들
이날 서울 지하철역에서 만난 청소 노동자 최모씨 역시 버스 파업이 장기화 할까봐 걱정했다. 그는 매일 아침 5시10분쯤 집에서 나와 5시30분까지 지하철역에 도착한다. 버스 요금을 아끼기 위해 서울기후동행카드도 구매했지만 이날은 사용하지 못했다.

최씨는 "버스가 올 생각을 안 해서 급하게 경기도 10번 버스 타고 신용카드 찍은 다음에 왔다"며 "아침 출근할 때 돈만 더 들고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으로 매달 6만원 대로 서울시 지하철, 버스만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버스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대체 수단을 알아보는 한 시민의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택시는 언감생심…청소 노동자들 "퇴근은 또 어떻게 해야할지"
출근길에 택시는 언감생심이다. 아침 6시30분 이전에 버스를 타면 서울 시내버스를 '조조할인' 요금으로 1200원에 이용할 수 있지만 택시는 기본요금만 4000~5000원이다.

오전 5시30분까지 서울 구로구로 출근한 이모씨(70)는 "택시는 비싸서 생각도 안 한다"며 "다행히 경기 버스랑 마을버스가 다녀서 원래 타던 버스 대신 두 버스를 이용해 출근했다"며 "8시간 동안 일해야 하는데 벌써 피곤하다"고 했다.

평소 오전 6시30분까지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강서구 가양동 한 건물로 출근하는 청소노동자 김모씨(72)는 이날 아침 헛걸음을 했다. 뉴스를 보고 버스 파업 소식은 접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평소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에 갔다가 결국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정류장 전광판을 보니 타야 하는 버스 옆에 '차고지'라고 쓰여 있어서 갔던 길을 되돌아왔다"며 "버스로 2~3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지하철역까지 걸어가 지하철을 탔다. 나이가 있다 보니 다리가 좀 아프더라. 퇴근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27일 오후 3시부터 마지막 조정 회의를 열었지만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이제 28일 새벽 4시부터 서울 시내 버스는 파업에 돌입했다.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서울 25개 자치구는 지하철 출퇴근 등을 연계하기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지하철은 하루 운행 횟수를 총 202회 늘리고 출퇴근 주요 혼잡시간을 현행보다 1시간씩 연장해 열차 투입을 확대한다. 막차도 일일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