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전 끝내자"…기업들 달러채 발행 34년 만에 최고

지난 3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기업들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시장 변동성을 피하기 위해 자금조달을 서두르고 있다. 역대급으로 좁혀진 스프레드(신용도에 따라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십분 활용하고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을 피해가기 위해서다.

LSEG(런던증권거래소그룹)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기업들은 6060억달러(약 817조원) 상당의 달러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증가한 수치로, 적어도 1990년 이후 최고치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서두른 결과다.


테디 호지슨 모건스탠리 글로벌 투자등급 채권 신디케이트 공동대표는 "우리는 일반적인 투자등급 발행 일정보다 2개월 정도 더 앞당겨 운영되고 있다"며 "확실히 선거가 이 모든 공급의 원동력"이라고 FT에 밝혔다.

좁혀진 스프레드도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적극 검토하는 이유다. 미국 신용 스프레드는 2022~2023년 사이 회사채 발행은 잠잠해진 반면, '고정 수익'(fixed income)을 찾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여나면서 '기술적' 요인에 힘입어 1월 초부터 크게 축소됐다.

아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지수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 투자등급 채권의 스프레드는 현재 0.93% 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고 등급 채권의 스프레드는 0.14%포인트로 1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평균 고수익률 또는 정크 스프레드는 2021년 12월 이후 가장 좁은 수준인 3.12%포인트를 맴돌고 있다.


시티은행의 북미 채권 신디케이트 책임자인 존 맥컬리는 "정말 좋은 시장"이라며 "더 많은 거래량과 더 좁은 스프레드로 기업의 채권발행 접근성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제로 채권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업체는 물론이고 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올해 1분기 채권을 발행했다. 포드와 토요타, 모건스탠리, JP모건, 스탠다드차타드가 대표적이다.

케이터필러의 금융서비스 부문을 포함한 건설그룹도 채권을 발행했고 일부 회사들은 이미 1분기에만 몇 차례 채권시장을 두드렸다. 의료, 에너지, 중국에 노출된 기업 등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밀접한 업종 내 기업들은 11월 5일 대선 결과에 보다 민감한 상황이다.

웰스파고의 투자등급 부채·자본시장 글로벌 책임자인 존 힌스는 "현재 쿠폰이 합리적 수준인 데다 하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이나 선거 리스크를 감안할 때 지금 발행하는 것과 기다리는 것 사이 위험이 다르다. 신용 스프레드가 역사적으로 좁은 수준이라 테이블에서 지금 칩을 치우는 게(발행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해 기업공개(IPO)도 상반기에 몰리는 분위기다. FT는 기업들이 선거를 앞두고 상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향후 몇 달 동안 IPO 시장이 분주할 것이라고 짚었다. 레딧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SNS(소셜미디어서비스)인 트루스소셜이 지난달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전환사채(CB) 시장의 차입금도 크게 늘었다. 회사 주가가 사전 합의된 수준까지 상승하면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무 증서인 전환권 판매가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증가해 170억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