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플로리다주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11월 대선 '뜨거운 도마'될 듯

보수성향이 강한 미국 플로리다주가 다음달부터 낙태를 매우 엄격히 제한하는 법을 발효한다. 여성들이 낙태금지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보수성향이 강한 미국 플로리다주가 낙태를 매우 엄격히 제한하는 법을 발효한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낙태권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공화당의 텃밭인 미 남부에선 낙태 찬반 여론이 더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을 종합하면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플로리다주의 헌법이 낙태권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제정된 플로리다주의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법은 다음 달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는 임신 15주 후 낙태를 금지하는 현행법보다 강화된 것이다.

외신들은 강간·근친상간·치명적인 태아기형·긴급의료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플로리다주에서 낙태수술을 받을 길이 사실상 막혔다고 진단했다. 특히 WP는 '임신 6주'는 여성들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으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별도 판결을 통해 주 헌법에 낙태권을 명시하는 개정안과 관련해 오는 11월 투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플로리다주 유권자들이 낙태 문제를 직접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 투표에서 낙태권을 명시하는 개정안이 가결되면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법은 폐기된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가 지난 2022년 임신 15주 후 낙태 금지법안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낙태 금지 기준을 강화한 법 발효를 우선 인정하면서도 유권자들에게 최종 결정을 맡긴 것은 2022년 연방대법원이 헌법 권리로 보호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단면을 담고 있다고 WP는 짚었다.

실제로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낙태를 금지한 보수 성향의 17개 주 가운데 캔자스·오하이오·미시간 등 7개 주는 직접 투표를 통해 낙태권을 보호한 상태다.

플로리다를 포함한 나머지 10개 주는 낙태권 문제를 투표에 부칠 예정인데 이들 지역도 낙태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대법원 판사들의 성향은 더 보수화됐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은 임신 초기 낙태 금지법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플로리다에서는 8만2000여명이 낙태 시술을 받았는데 이는 지금까지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한 미국 17개 주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다.

이번 판결로 낙태권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플로리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봤다. 플로리다는 보수 세력이 강한 지역이지만 낙태를 엄격하게 금지할 경우 역풍이 일 수 있다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 유권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더 많은 선거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