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른 김동관의 '뉴 한화'…"이제부터 진정한 시작"

지난달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연구개발) 캠퍼스를 방문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연구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를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연구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일정을 소화하던 중에 나온 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뉴 한화' 시대를 예고하는 메시지가 됐다. 이 일정에는 올해 72세인 김 회장의 후계자로 나선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동행했다.


정확히 닷새가 지난 후 한화그룹은 계열사 간 스몰딜 추진 사실을 알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적분할도 별도로 추진키로 했다. 결과적으로 김 부회장에게 우주, 방산, 태양광, 해상풍력, 이차전지, 수소 플랜트와 같은 주력 미래 먹거리 사업을 집중시키는 모양새다. 동시에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부문을,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부사장은 유통·로봇 사업 부문을 책임지는 구도를 명확하게 만들었다

김 부회장이 추구하는 목표는 △우주 사업을 '한국의 스페이스X' 격으로 키우고 △방산 사업에서는 록히드마틴과 같은 육·해·공 통합 라인을 고도화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한 풀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김 부회장은 그동안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이사로 활약해왔다.

우주 사업의 경우 김 부회장이 그룹의 통합 브랜드 '스페이스 허브'를 총괄해왔다. 우주수송, 인공위성 제작 및 서비스 등에 대한 누적 투자금액은 9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방산은 '해군'을 책임질 한화오션의 인수 이후 확실한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호주의 방산 기업 오스탈(Austal) 인수까지 노리고 있다. 여기에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 등 비방산 사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분할될 경우, 김 부회장이 보다 우주·방산에 집중할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적분할 검토안/그래픽=조수아

㈜한화를 중심으로 한 스몰딜은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재편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이자 김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린 한화오션은 ㈜한화 건설부문의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부문의 플랜트 사업을 양수하기로 했다. 한화오션이 해상풍력 관련 선박 건조를 담당하는 만큼,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화오션은 향후 풍력사업 개발 외에 해상풍력 설치선, 하부구조물, 해상변전소 등의 제작·운송·설치·유지보수 등 토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통해 해상풍력 토털 솔루션 관련 투자를 기존 계획이었던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플랜트 사업의 경우 암모니아, 수소, 탄소포집 등의 운송·저장·공급을 사업 대상으로 한다. 경력이 풍부한 설계·조달·시공(EPC) 인력을 스몰딜을 통해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화의 태양광 장비 사업은 한화솔루션이 인수한다. 한화솔루션은 차세대 태양광 기술 관련 장비 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졌고, 태양광 장비 관련 사업 수직계열화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한화그룹 내 혼재돼 있던 태양광 사업을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인 한화솔루션으로 한데 모으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화, 사업구조 개편안/그래픽=조수아

㈜한화 모멘텀부분의 경우 물적분할을 통해 100% 자회사인 한화모멘텀으로 새출발한다. 이차전지 장비 사업 전문화를 추진한다. 배터리 소재 가공에서부터 '전극-조립-포메이션-모듈팩' 공정에 들어가는 설비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외 배터리 기업에 턴키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신을 중심으로 모인 신사업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김 부회장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예컨대 한화오션의 해상풍력, 해양플랜트 설계·생산 기술과 여타 계열사의 수전해 및 수소저장 기술 등을 접목해 수소·암모니아의 '생산-저장-이송 풀밸류체인'을 구축하는 프로젝트 등을 추진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신사업 구조 재편까지 이뤄진만큼, 앞으로가 김 부회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