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난해 일본 주식 68조 쓸어 담아…10년래 최대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AFPBBNews=뉴스1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68조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이후 10년 만의 최대치다.

4일 니혼게이자이는 도쿄증권거래소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이 7조6906억엔(약 68조2900억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3년 만의 매수 전환이자 일본 경제 부활을 목표로 아베노믹스가 출범한 2013년 이후 최대 규모다. 자료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로는 4번째로 큰 규모다.

일본 주식 매수에 가장 적극적인 건 유럽 투자자였다.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 증시 상승이 본격화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유럽의 투자액은 외국인 투자의 90%를 차지했다.

유럽 가운데서도 영국의 경우 이 기간 매월 평균 8131억엔을 매수할 정도로 일본 주식을 공격적으로 담았다. 니혼게이자이는 중동의 오일머니가 영국을 통해 일본으로 흘러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레드휠의 니콜라 타카다 우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다시 배우기'에 돌입했다"면서 "펀드에도 신규 고객 문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영국 다음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던 곳은 홍콩으로, 월평균 매수액은 998억엔이었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을 통해 일본 주식을 매수했으리란 분석이다. 본토에선 위안화에서 외화로의 환전이 제한되며 중국 부유층은 홍콩에 계좌를 개설해 해외에 투자해왔다.

한국 투자자들의 존재감도 작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재무성 자료엔 나타나지 않았으나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인은 지난해 4월부터 12개월 연속으로 일본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순매수액은 10억달러(약 1조3470억원)가 넘는다.

반면 미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월평균 순매수액이 650억엔에 불과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가치주보다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가치주와 대형주 위주의 일본 증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