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사태' 권도형, 미국 재판서 '유죄'…미국 송환 가능성 커져

지난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소지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도형씨가 형기를 마치고 현지 경찰에 의해 이송되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뉴스1

암호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테라폼랩스 권도형 전 대표가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에서 사기죄 유죄 평결을 받았다. 권씨가 억류된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이날 1·2심의 한국행 송환 결정을 파기하면서 앞으로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주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열린 민사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권씨가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 사기를 저질렀다고 평결했다. 피해 금액은 400억달러(약 54조1200억원)다.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1년 11월 테라폼랩스와 권씨가 고의로 투자자들에게 테라의 안정성을 속여왔다며 사기 혐의로 제소했다. 재판을 담당한 제드 레이코프 판사는 지난해 12월 스테이블코인인 테라폼랩스가 미등록 증권을 판매해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SEC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레이코프 판사는 권씨 측이 실제로 투자자들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해 배심원단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배심원단 재판을 지난달 25일 시작했다.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은 그동안 권씨의 미국의 소환 가능성을 고려해 재판 시작일을 미뤄왔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규제 당국에 의한 민사 소송이 진행될 경우 관련한 형사 사건의 기소 이후 재판이 진행되며 형사 사건의 경우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열릴 수 없다. 블룸버그는 "몬테네그로에서 권씨의 법적 절차가 장기화하면서 뉴욕주 사법당국이 이례적으로 재판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테라폼랩스 측은 성명에서 "평결 결과에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는 SEC가 이 소송을 제기할 법적 권한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씨측 변호사는 해당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로이터의 논평에 답을 거부했다.


SEC의 법집행부문 책임자 거버 그리월은 성명을 통해 "테라폼랩스와 권 전대표가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입히고 하룻밤 사이 시가로 수백억달러를 날려버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암호화폐 유가증권과 이른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로 알려진 암호화폐의 안정성에 관해 투자자들을 속였다"며 "테라폼랩스의 블록체인이 암호화폐 거래와 지급결제에 활용하는 지급 애플리케이션의 인기에 관해서도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에 대한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범죄인 인도 허가 및 우선순위 결정은 법원이 아닌 관할 장관이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밝혀와 권씨가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권씨는 11개월 동안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현지 법원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달 23일 석방됐으나 송환국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곧바로 외국인 수용소로 이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