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어지면 집단유급..대학들 개강에도 의대생 복귀는 안갯속

8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1학년 강의실에 출석부가 놓여있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유급 마지노선이 다가오자 경북대학교는 이날 수업을 재개했으나, 강의실은 텅 비어있다/사진=뉴시스 /사진=이무열

정부 증원 정책에 반발한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지난 2월부터 휴강 중인 의과대학들이 오늘(8일)부터 속속 수업을 재개했다. 이달 중순이 지나면 1학기 학사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워 대량 유급 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의대생들이 학교에 복귀하지 않고 있어 학사일정이 정상화될지는 두고봐야 하는 상황이다.

8일 대학가와 의료계에 따르면 경북대와 전북대는 이날부터 의대생들 수업을 시작했다. 재학생 665명 중 641명이 휴학계를 낸 전북대의 경우 대면과 비대면 강의를 병행해 의대 수업을 진행키로 했다. 경북대도 의대 예과 2학년과 본과 1~2학년 수업을 비대면으로 재개키로 했다. 본과 3~4학년은 오는 15일부터 병원에서 임상실습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가톨릭대와 가톨릭관동대는 이달 15일, 이어 강원대는 22일에 각각 의대 수업을 개시키로 했다. 중앙대는 다음달 1일 개강을 확정했다. 지난 1일 개강한 가천대는 이미 온라인 강의를 열어뒀다.

대학들이 잇따라 수업을 재개하고 나선 것은 최소 수업일수를 채워야 해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의 수업일수를 연간 최소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의대의 경우 본과 3~4학년 임상실습 기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학기당 15주 이상의 수업시수를 확보한다고 가정하고 수업 파행이 다음달을 넘기면 여름방학 없이 강의를 진행한다 해도 필수 시간을 채우기가 어렵다. 게다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얻지 못한 의대는 졸업생이 의사 국가고시(국시)를 치를 수 없다. 의학교육 평가인증 상 임상실습 기간은 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의대생이 복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까지 학칙에 나와있는 요건과 절차를 갖춰 휴학계를 추가로 제출한 의대생 수는 누적 1만375명으로 재학생의 55.2%에 달한다.


대학들이 의대 수업을 재개해도 의대생들이 출석을 거부하면 출석일수 미달로 F를 받아 유급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본과 4학년의 경우 학기를 다 마치지 못하면 국시 응시가 불가능한 점도 문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료법상 국시 응시자격은 졸업자나 졸업예정자이기 때문에 4학년 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시 응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온라인 쌍방향 수업과 화상 녹화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미리 제작된 온라인 강의를 학생들이 각자 자율적으로 수강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도 온라인 수업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현재 정확한 수업 재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수업 재개 현황은 담당 부서에서 조사할 것"이라며 "(현재 개강학 대학들은) 온라인으로 비동기식 수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몇명이 (수업에) 참여하는지는 당장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료를 내려받은 것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방식이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은 뒤 "집단유급 상황을 가정하지 않고 최대한 학생들을 설득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라며 "현재 단계에서 유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집중하고 있고 (집단 유급 발생 시점) 그 이후 시나리오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