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퇴출"…표심 급한 서방 정치인들 '틱톡 열일'

해외에서 정치인들이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 잇따라 계정을 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틱톡을 둘러싼 보안 우려보다 틱톡을 이용하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틱톡 계정/사진=틱톡

8일(현지시간) 영국 통신사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에서 틱톡을 잘 활용하는 정치인 중 하나는 지난달 아일랜드 사상 최연소 총리로 지명된 사이먼 해리스다. 2021년 3월부터 틱톡을 이용한 얼리어답터 중 하나로, 차를 마시며 축구를 하는 영상에서 60초짜리 예산 요약 영상까지 다양한 영상을 공유한다. 워낙 SNS를 통한 소통이 활발해 일부선 그를 틱톡 총리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2020년 틱톡에 합류해 현재 약 42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으며,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틱톡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선거의 해를 맞은 올해엔 전 세계적으로 정치인들의 틱톡 이용이 부쩍 많아지는 모습이다.

유럽 밖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2월 처음으로 틱톡 계정을 만들었고, 인도네시아 대선에선 군부 엘리트 출신의 70대 정치인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틱톡에서 팔과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영상 등을 통해 청년 유권자에게 무해하고 인심 좋은 할아버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됐다. 프라보워는 대선에서 승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틱톡 계정/사진=틱톡

6월 선거를 앞둔 유럽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특히 독일에선 틱톡 계정 만들기가 정치인들 사이에서 새 유행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극우 성향 독일을위한정당(AfD)이 틱톡을 선점하고 음모론 등을 포함한 영상을 공유하며 영향력을 키우자 지난달 집권 사민당의 칼 라우터바흐 보건장관을 시작으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잇따라 틱톡 계정을 열었다.

특히 독일에선 16세 이상이면 선거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청년 유권자에 호소해야 할 시급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친근함과 쉬운 메시지로 청년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틱톡만 한 채널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는 보안 우려로 틱톡 퇴출까지 거론하는 정치권 움직임과 대비되는 것이라 주목된다. 주류 정치인들은 틱톡의 안보 위협을 의심하면서도 젊은 유권자들을 놓칠 수 없단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단 지적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한 자문은 "대다수가 TV 뉴스나 신문을 보지 않는 이 인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인 매체를 신뢰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틱톡 등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 플랫폼 중에서도 틱톡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18~24세 중 20%는 틱톡으로 뉴스를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