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공격 임박" 미국의 경고…중동 전쟁 판 커지나

1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이 공습받아 건물이 무너지고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 등 13명이 숨졌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이번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2024.04.01 /로이터=뉴스1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것과 관련해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경고가 나왔다. 가자지구에서 6개월 이상 진행 중인 전쟁이 확대될 위기에 놓이면서 중동 일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이미 중단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미 정보기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수일 내에 고정밀 미사일 또는 공격용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민간 시설이 아닌 정부·군사 시설을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이란 민병대 헤즈볼라 근거지인 이스라엘 북부가 아니라 이스라엘 도심에서 대규모 공습이 이뤄진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에선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간 포격전이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가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펼치고 있는 이스라엘에 보복을 감행한 것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3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정치인, 정부 관리들과 회의에 참석해 "5일 '쿠드스의 날'에 열리는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들 장례식에 국민들 거리로 나오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4. 4. 4 /AFPBBNews=뉴스1

그러나 이번엔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 도심을 칠 것으로 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보복을 했던 전례를 볼 때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과 공관 폭격으로 군 고위 간부 등 십 수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이란의 공격은 이미 결정이 났고, 남은 건 시간 문제일 뿐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서방 정보당국 분석에 동의했다.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이스라엘도 이란을 대응 공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주재 외국 공관들은 외교 당국 권고에 따라 자체 전력 발전기와 위성 전화 등을 점검하는 가하면 무력 충돌 격화에 대비한 비상탈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다만 아직 실제 대피를 계획한 공관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로 번질 경우 중동 정세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어 미국 등 국제사회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임박 소식을 전해 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굳건하다"며 "미국은 이란의 공격에서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한 뒤 이스라엘 편에서 보복 공격에 동참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미 국방부는 즉답을 피하고 있다. 다만 중동지역 미군 책임자인 마이클 에릭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이 이란 공격에 대비하고 공동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11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만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국빈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을 환영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중동에서 전쟁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에 국제유가가 뛰는 등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이란의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해역 인근으로 글로벌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가 움직이는 해상 무역로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이라크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이 모두 이곳을 거쳐 원유를 수출한다.

예멘 반군의 홍해상 선박 공격이 게속되는 상황에서 후르무즈 해협까지 막힐 경우 국제 유가 반등이 불가피하다. 브렌트유 선물 시세가 100달러를 너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날 종가 대비 1% 이상 오른 배럴당 90.48달러에 마감했다.

한편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이미 지난 6일부터 이란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로이터통신은 "루프트한자가 중동의 긴장 상황에 따라 지난 6일부터 이란 테헤란 출발·도착편을 운항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루프트한자는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중동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당국과도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이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