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학회 기대감도 못살린 바이오 투자심리…1분기와 온도차 극명

국내 제약·바이오 관련 주가지수가 이달 들어 약세를 지속 중이다. 엔데믹 이후 지속된 저평가 구간 탈출과 금리인하 기대감에 올해 1분기 국내 증시를 주도하던 모습과 상반된다. 최근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시사가 변동성 큰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심을 약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주요 호재로 꼽히는 글로벌 학회에 대한 기대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300 헬스케어 지수와 KRX헬스케어지수는 이달 들어 각각 8.02%, 7.8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체 28개 KRX 지수 가운데 하락률이 각각 네번째와 여셧번째다. 올해 1분기 각각 13.63%, 15.14% 오르며 전체 지수 중 6위와 4위에 해당하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극명한 온도차다.


1분기 두 지수의 강세 배경은 연내 글로벌 금리인하 기대감이다. 바이오 업종 투심은 금리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신약 개발이라는 목표를 위해 장기간 마땅한 매출없이 사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종 특유의 위험부담 역시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요소로 꼽힌다.

때문에 연내 전망되던 금리인하 가능성은 바이오 투심을 살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해 전통 제약사를 중심으로 한 각 사별 우호적 실적과 코로나19(COVID-19) 엔데믹 이후 얼어붙었던 투심의 기저 효과 역시 바이오 업종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2분기 역시 당초 전망은 우호적이었다. 연초 알테오젠과 HLB가 각각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변경 계약과 국산 항암신약 최초의 미국 허가 가능성을 동력으로 업종 기대감을 끌어올렸고, 업계 주요 글로벌 학회로 꼽히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4월)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5월),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회인 '바이오USA'(6월) 등이 연달아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 행사들에서 국내 기업들의 주요 성과 발표와 글로벌 파트너십 성사가 꾸준히 이어져온 만큼, 매년 행사를 앞두고 업계 투심이 살아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행사 효과가 예년만 못하단 평가다. 훈풍이 사라진 배경 역시 금리 인하 이슈다. 1분기 말부터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을 시사했던 미국 연준이 최근 고금리 장기 지속 가능성에 한층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제폼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캐나다 경제 관련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낮아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데 기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다"며 "이에 따라 현재의 정책 기조(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사실상 금리인하를 연기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역시 금리인하 영향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결산시즌 적자 또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바이오 기업들의 잇따른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역시 투심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로 작용 중이다. 최근 엔케이맥스와 카나리아바이오, 셀리버리, 뉴지랩파마, 제넨바이오 등 다수 기업이 감사 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갈림길에 섰다.

반면 금리인하가 결국엔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경계감 부상에도 제약바이오 투심은 기술수출 및 품목허가 기대감, 미국 생물보안법 발의 등 긍정적 모멘텀 발생에 따라 비교적 견조한 편"이라며 "금리인하에 대한 투심 연동 정도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우량 파이프라인과 기술 보유기업, 하반기 실적개선 기대 종목을 중심으로 투심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