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안 먹히는 카카오…중국법인도 철수

/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

카카오 (41,600원 ▲600 +1.46%)가 카카오IX 해외법인을 잇따라 철수시킨다. 비주력 계열사 법인을 정리해 경영을 효율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9일 카카오 분기보고서와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2018년 10월 설립한 '카카오IX 차이나' 법인을 올 1분기에 청산했다. 카카오IX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상품 유통 및 캐릭터 IP(지식재산권) 라이선스사업을 한다. 카카오IX 차이나는 카카오가 글로벌 IP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한 세 번째 글로벌 법인이다. 2020년 9월엔 '상하이의 명동'으로 불리는 난징둥루 보행자 거리에 카카오프렌즈 중국 1호 직영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카카오프렌즈 IP의 현지시장 공략이 기대보다 탄력을 받지 못한 데다 비주류법인 청산을 통한 비용절감 및 경영효율화 등의 이유로 이번 중국법인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IX 차이나는 중국 시장 사전조사를 위해 설립한 법인"이라며 "법인은 청산했지만 현지 라이선스 파트너사와 IP 콘텐츠 기반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IX는 2021년 '카카오IX UK'(영국)를 시작으로 2022년 '카카오IX US'(미국), 지난해 '카카오IX 재팬'(일본) 법인을 철수시켰다. 현재 '카카오IX HK'(홍콩)만 남겨뒀다. 이런 분위기라면 홍콩법인도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법인을 청산한 이유도 중국과 같은 맥락"이라며 "IP 콘텐츠를 기반으로 현지 라이선스 파트너사와 협력해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카카오의 글로벌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도 현재 프랑스법인 철수를 결정하고 관련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현지만화·웹툰플랫폼 '픽코마'도 올 9월 서비스를 종료한다. 현지 웹툰시장의 성장이 예상보다 더딘 데다 적자가 이어진 탓이다. 카카오픽코마 관계자는 "진출결정 당시와 달리 성장이 더뎌 다각도로 검토했다"며 "선택과 집중을 위해 사업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잇단 해외법인 철수로 카카오의 글로벌 공략도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해외비중(연결 기준)은 2022년 20.6%에서 지난해 19.5%로 1.1%포인트 하락했다. '2025년까지 해외매출 비중 30%'라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비욘드코리아' 비전달성과 점점 멀어지는 상황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해외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16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에도 그룹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사업확장과 AI(인공지능) 두 축으로 장기성장 방향성을 설정해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2020년 9월 오픈한 카카오프렌즈 중국 상하이 매장. /사진=카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