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강조한 韓日…라인사태 장기화 되나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5.27

"지분매각 요구는 아니다."(윤석열 대통령)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요구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지난 26일 한일 정상이 '라인야후 사태'를 언급했다. 양국이 갈등을 지양하고 정부간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성격을 두고 여전히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낳았다. 네이버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일본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지주사 A홀딩스) 지분 관련 협상을 지속할 예정이다. 오는 7월1일 이후 일본 정부의 추가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라인야후 관련)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먼저 해당 의제를 꺼내들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정보유출 사건에 대해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보라는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의 발언은 사태가 국가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외교 관계와 별개"라며 기업 이슈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기시다 총리도 "정부간 초기부터 잘 소통하며 협력해 왔다"고 부연했다. 두 정상의 발언에도 네이버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만큼 소프트뱅크와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의 정보유출 사고가 기술서비스를 위탁받은 네이버의 실책이고 이를 개선하려면 라인야후가 위탁처(네이버)를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배주주인 탓에 관리·감독의 실효성이 낮다고 본다. 이에 일본이 원하는 라인야후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의 방향은 네이버 지배력 약화뿐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를 위해선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절반씩 보유한 A홀딩스 지분을 소프트뱅크 쪽으로 기울도록 조정해야 한다. 소프트뱅크가 홀로 증자해 지분율을 높일 수도, 네이버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사들일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라도 행정지도를 이행하려면 소프트뱅크의 지배력 강화, 네이버의 지배력 약화라는 본질은 동일하다. 다만 강압에 의하지 않은 네이버의 자율적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만남에서 못박았다. 네이버로선 일본 정부 압박에 쫓기지 않고 A홀딩스 지분매각의 실익을 따져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라인야후가 오는 7월1일까지 총무성에 제출할 2차 조치보고서에는 네이버의 지분매각 내용이 담기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곧바로 칼을 빼들긴 어려워 보인다. "양국 정상이 '협의와 소통'을 강조했는데 이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관전평이다. 라인야후 관련 사업의 지분구조가 복잡한 만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협상은 해를 넘겨 장기화할 수도 있다.

변수는 양국의 정치상황이다. 반일 및 반한감정은 정치권이 주목하는 휘발성 높은 소재다. 일본 정부도 여론을 지렛대로 네이버에 대한 압박을 재개할 수 있다. 카드도 늘었다. 지난 10일 일본 참의원은 '중요안보정보법'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기밀정보나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중요정보를 취급하는 민간인을 국가가 지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이 시행되면 라인야후의 정보취급 담당자를 일본 정부가 지정할 수 있다. 국내에선 '라인야후 압박법'으로 평가한다.

산케이신문의 자매지 주간후지도 지난 25일 보도에서 "9600만명의 (일본) 이용자를 보유하고 경제안전보장추진법상 '특정사회기반사업자'로 지정된 라인야후는 통상적 기업이 아니다"라며 "(라인야후의) 현재 자세는 관심이 식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 문제를 엄중히 다뤄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