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추문 관련 재판 최후변론…"오늘은 미국에 슬픈 날"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의혹' 형사 재판 최후변론이 28일(현지시간) 열렸다. 이날 재판장에는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지원해온 장남과 차남이 참석했지만,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딸 이방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재판의 최후 변론을 하고 있다. 2024.05.29 /AFPBBNews=뉴스1

뉴욕타임스(NYT) 및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측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하며 검찰이 입증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공격했다. 토드 블랑쉬 변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결백하다. 그는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블랑쉬 변호사는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야말로 협박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성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대선을 지렛대로 삼아 돈을 벌려고 했다"고 비난했다. 재판장에 앉아있는 배심원단을 향해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법정에서 들은 증언에만 집중한다면 매우 쉽게 무죄 평결을 내릴 수 있다"고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도 이날 재판장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는 잘못한 게 없다. 아무 잘못이 없다고, 부패한 판사 말고는 다 그렇게 말한다"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또 "어떻게 될지 보겠다. 오늘은 미국에 매우 위험한 날이고 슬픈 날이다"라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대니얼스의 폭로를 막기 위해 자신의 전속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먼저 지급하도록 하고, 이후 회삿돈으로 변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달 초 재판장에 등장한 대니얼스는 "2006년 7월 서부 타호 호수 인근에서 열린 골프 대회"를 언급했다. 그는 "골프 뒤 트럼프의 호텔 스위트룸으로 저녁 식사를 초대받았고 이후 성관계를 가졌다"고 증언했다.


당시 재판장에 들어가 취재했던 AP통신에 따르면 대니얼스는 스위트룸의 타일 색상까지 구체적으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가 경호원을 통해 자신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면서 트럼프와 성관계를 나눈 이야기도 배심원들 앞에서 했다.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재판의 최후 변론을 하고 있다. 2024.05.29 /AFPBBNews=뉴스1

이날 트럼프 변호인은 자신을 위해 일했던 코언 변호사에 대해 증언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블랑쉬 변호사는 코언에 대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거짓말쟁이"라며 "상사에 대한 노골적인 증오가 (증언)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재판에 출석한 코언은 "트럼프그룹이 자신에게 지불한 법률 자문료는 입막음 합의금을 변제받기 위한 가짜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때 '해결사'로 불렸던 코언은 이 일로 기소돼 2018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졌다.

변호인의 주장에 맞선 검사 측의 공세도 거셌다. 조슈아 스타인글라스 뉴욕주 맨해튼지검 검사는 이날 최후변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자신의 성추문을 감춤으로써 유권자들을 기만했다고 반박했다. 스타인글라스 검사는 "선거일 2주 전에 대니얼스가 돈을 받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들이 꾸민 계략이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소셜미디어를 통해 "변호인단의 최후변론을 왜 마지막에 하면 안 되냐"며 "매우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뉴욕=AP/뉴시스]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2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열리는 뉴욕 맨해튼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드니로는 "트럼프는 유죄, 교도소에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으며 “무죄 평결이 나든, 평결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든 트럼프가 유죄라는 건 모두가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2024.05.29

이날 재판장 밖에선 유명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집회를 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광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건 정말 미친 일입니다. 겁을 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온다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와 선거는 잊어 버려야 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드니로는 최근 바이든 공식 대선 캠페인 광고에서 내레이션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영상에서 "우리는 트럼프가 통제 불능이라는 것을 안다"면서 "트럼프는 복수를 원하고 그는 그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드니로의 등장에 대해 트럼프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 모든 사건이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팀 바이든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이제 뉴욕에 나타나 아버지의 정치적 기소를 노골적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추문 입막음 재판은 지난달 15일 시작돼 12명의 배심원을 선정했고, 이후 5주간 총 20명의 증인이 이들 앞에서 사실관계를 증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CNN 방송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 최후변론은 11시간 만에 종료됐다. 재판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하루 뒤인 29일 배심원단 평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