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멀어지는 가자 종전 기대…네타냐후 "바이든, 새 휴전안 일부만 공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뉴스1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억류 인질 석방 및 가자지구 전쟁 중단의 기대가 또 멀어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개한 '3단계 휴전안'이 전체 내용이 아니라며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스라엘 정부 내부에선 '네타냐후 총리 축출'을 앞세워 휴전안 반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악시오스·CNN 등 주요 외신은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 인사의 발언 등을 인용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휴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 FT는 "이스라엘의 우파 연합은 미국이 지원하는 하마스와의 전쟁 종식 계획(휴전안)을 두고 사흘 연속 충돌했다"며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안을 승인하면 '모든 힘과 공격'으로 그를 축출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연정의 두 극우 단체 중 하나인 초민족주의를 이끄는 스모트리치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한 휴전안은 '위험'하다"며 "정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우리는 실패한 지도부를 새로운 지도부로 교체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스모트리치 장관의 발언은 앞서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안 내용을 숨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휴전) 협상이 체결되면 정부를 해산하겠다고 위협한 이후 나온 것"이라며 "이는 네타냐후의 극우 동맹들이 최근 (휴전) 협상 가능성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축출'을 앞세워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개한 '이스라엘의 3단계 휴전안'을 반대했다. /AFPBBNews=뉴스1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제거하고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이 석방되기 전에는 '영구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협상 타결을 선호하는 연립 정부 구성원들과 인질 가족 등 이스라엘 여론, 국제사회 등의 압박이 커지자 협상을 전면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긴급회견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6주간 적대행위 중단으로 시작하는 휴전안을 공개했고, 하마스는 이를 환영하는 입장을 내놨다. 네타냐후 정부의 한 관계자도 현지 인터뷰를 통해 "(3단계 휴전안이) 좋은 방안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은 수용한다"고 말해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졌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축출'을 앞세워 휴전안 반대를 주장하는 이스라엘 연정 인사들의 발언이 연이어 나왔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거란 성명을 재차 내놨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3단계 휴전안' 공개 후 연이은 성명 발표를 통해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가 '하마스 제거'와 '인질 송환'이라고 재확인하며 이를 달성하기 전까지 종전은 없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3일에는 동영상 성명을 통해 이를 강조했다.

데이비드 멘서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휴전안 내용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은 세부 사항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3단계 휴전안'을 이스라엘이 제안했고, 이를 협상 중재국 카타르를 통해 하마스에 전달했다고 밝혔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 전쟁은 인질 송환을 목적으로 중단돼야 한다"며 "(인질 송환 후) 이스라엘의 목적인 하마스 제거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논의가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인질 송환을 위해 가자지구 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는 있지만,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 '종전'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최대 6주 동안 전쟁을 멈출 수 있지만 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