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암환자 건강식의 오해와 진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2023년 암환자 수는 195만명이 넘고 그 가족의 수까지 포함하면 국민의 최소 20%가 암이란 질병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너무 잘돼 있기에 누구나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암환자 산정특례제도가 있어 치료비의 5%만 지불하면 돼 경제적 부담도 적다. 환자들이 거주지에서 거리가 먼 병원을 원할 경우 통원의 불편함이 문제가 되고 가장 많은 고민 중의 하나는 치료 후 어떤 관리를 해야 하는지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받는 질문의 하나는 어떤 것은 먹으면 안 되고 어떤 것을 먹어야 할까다. 최근 정보나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런 정보나 판단을 보면 상당히 심각한 오해가 많아 선의의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암이란 병이 국민들에게 처음 인식된 계기는 드라마 주인공의 슬픈 결말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런 드라마가 나온 1980~90년대에는 많은 사람이 고기를 먹으면 암에 잘 걸린다고 믿었다. 문제는 이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전문가의 의견은 무시되는데 담당의사가 괜찮다고 말해도 환자들은 고기를 먹지 않고 보호자들은 절대 환자에게 고기를 주지 않았다. 어떤 암환자는 내일 죽더라도 고기 좀 먹고 싶다고 진료실에서 하소연했다. 고기 드셔도 안전하고 어떤 면에서는 드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특이한 논리인 몸에 해가 될지도 모르는데 굳이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면서 의사와 의학적 견해의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환자나 보호자들은 고기라고 하지는 않지만 회복을 위해서는 단백질은 섭취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고기는 단백질 섭취의 주요 음식원이다.

다음으로 지방 역시 암환자에게 나쁜 음식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을 흔히 '기름기'라고 표현하는데 기름기 있는 음식은 암환자에게 절대 피해야 할 음식이라고 확신한다. 지금도 암환자들은 기름기 있는 음식을 절대적으로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는 트랜스지방 함량이 높아서 기본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은데 이런 음식의 지방함량이 높은 이유는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데 지방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고기를 참으로 좋아하고 고기 중에서 지방함량이 높은 등심, 삼겹살 같은 부위를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육식만 섭취하면 포함된 지방을 과량섭취하게 돼 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인병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으니 조절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필수지방산은 우리 몸에 매우 중요한 영양소다. 다만 오메가6 비율이 너무 높은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고기나 지방섭취가 암환자에게 피해야 할 음식이 된 후 마지막으로 암환자들이 피해야 할 음식은 탄수화물이 됐다. 과학적으로 암세포는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을 주로 쓰기 때문에 암환자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어떤 종양학 전문의도 탄수화물의 섭취를 제한하라고 하지 않는다. 암세포가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을 쓴다고 해서 암환자가 탄수화물을 섭취한다고 암 악화와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도 암은 점점 악화하는데 에너지대사와 관련해 과학적 이론을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너무 부족하다. 생명현상이 단순하지 않다는 다른 예를 들면 우리는 산소 없이는 단 몇 분도 살기 힘들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초단위인 세포에는 산소가 세포손상과 노화를 유발한다.

암환자가 먹으면 안 된다고 믿는 음식을 분석해보면 3대 영양소가 모두 포함된다. 이런 이론에 따르면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과학적 결과를 종합하면 암환자라고 해서 특별히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은 없으니 골고루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길 바란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