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교수들 "내일부터 진료 축소·재조정"…수술 49% 줄인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울산의대 비대위)가 총회를 열고 휴진 방식과 기간 등을 논의한다. 울산의대 비대위는 11일 총회에서 집단 휴진에 대한 논의와 함께 무기한 또는 한시적 여부를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집단 휴진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의견 취합 후 설문조사를 거쳐 내려질 계획이다. 사진은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2024.06.11. [email protected] /사진=정병혁

내일부터 '일주일 휴진'을 예고한 서울아산병원의 교수들이 휴진 대신 '강도 높은 진료 축소·재조정'을 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앞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4일부터 일주일간 휴진하고, 이후 정부 정책에 따라 무기한 휴진 가능성도 열어놨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5일 만에 중단한 데다 싸늘해진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오전, 울산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환자 여러분들께는 송구하다"면서도 "그러나 정부의 폭력적인 의료정책 추진으로 촉발된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임을 이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들은 "이미 진단된 질환의 2차 소견(세컨드 오피니언)이나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가급적 외래를 예약하지 마시고 상급종합병원이 담당할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진료 예약을) 양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경증 환자에게 예약 자제를 당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초래한 국가 비상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중증·응급 질환에 대한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강도 높은 근로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의료 붕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도 정부는 정상 진료가 되고 있다고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할 뿐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방관하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암등록본부에서 발표한 2021년 암 발생자 수 27만여 명 가운데 13%인 3만6000명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단받고 치료받았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폐암의 경우 2021년 3200여 명을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암 등록 보고했다. 하지만 올해는 6개월 동안 1100여 명을 진단·치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이들은 "이대로 가면 폐암의 회피 가능 사망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다른 중증 질환들도 마찬가지"라며 "의료 붕괴가 시작되는 국가 비상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지금보다 더 선별적이고 강도 높은 진료 축소·재조정을 통해 중증, 응급,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진료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 의료가 정상화할 때까지 경증질환자를 1· 2차 병원으로 적극적으로 돌려보내고, 단순 추적관찰 환자와 지역의료가 담당할 수 있는 환자의 진료는 불가피하게 축소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비대위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진료 재조정' 첫날인 내일(4일) 주요 수술은 지난해 같은 날보다 49% 줄고, 전주보다 29%가 줄어든다. 또 외래 진료 환자는 지난해 같은 날보다 30.5%, 신환(새 환자)은 42.1%가 줄어드는데 전주 대비 17.2%가 줄어든 수준이다. 이후 지속해서 진료를 조정해 나간다는 게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의료전달체계 구축, 지역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 시행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암 환자와 중증·응급 질환의 실태를 파악하도록 정상적인 의료상황과 비교한 통계를 발표할 것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응급, 희귀 난치성 질환에 집중할 수 있게 강도 높은 정책을 바로 실시할 것 △상급종합병원 중복진료를 금지해줄 것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이미 발표한 정책과 예산을 즉시 투입할 것 △전공의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조처를 할 것 등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변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최고 수준의 의료를 자랑하며 OECD 통계에서 상위를 차지하던 모든 지표가 곤두박질치고 국민은 한국 의료의 몰락을 가져온 정부를 평생 기억할 것"이라며 "우리 교수들은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강도 높은 진료 재조정을 통해 환자들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