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 덮친 'R의 공포'… 코스피·코스닥 동반 대폭락

코스피가 전 거래일(2776.19)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779.33)보다 88.05포인트(11.30%) 내린 691.28에 거래를 종료했다. /사진=뉴시스. /사진=김명년

국내외 증시에 암흑의 월요일 기록이 또 하나 쓰여졌다. 미국 경기침체(Recession) 우려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해외 자산을 되파는 현상) 공포, 중동 정세 리스크 등 악재가 겹치면서 대규모 투매가 발생, 주요국 지수가 10% 넘게 하락하는 폭락장이 연출됐다.

일본 증시도 12% 폭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 전반이 크게 휘청였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4년5개월 만에 다시 겪는 대폭락이다.


5일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8.77%(234.64) 폭락한 2441.55에 장을 마쳤다. 장 중 2386.96까지 떨어졌으나 장 마감 직전 2400선을 회복했다. 이날 낙폭은 역대 최대치이고 하락률은 2000년 4월17일(11.63%) 이후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997조7450억원으로 2000조원이 깨졌다. 192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도 뼈아픈 기록이다.

이날 2% 넘게 하락하며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낙폭이 커지면서 매도 사이드카(오전 11시)와 서킷브레이커(오후 1시56분)가 차례로 발동됐다. 1조5246억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쏟아낸 외국인이 폭락장을 주도했다. 기관도 2736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이 물량은 고스란히 개인들이 떠 안았다.

코스닥의 낙폭은 더 컸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11.3%(88.05) 폭락한 691.28을 기록했다. 역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는데 개인투자자들의 손절물량(6779억원 순매도)이 쏟아지자 과매도로 판단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444억원, 1172억원 순매수에 나섰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동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역대 3번째다. 직전 사례는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3월19일이다. 4년 5개월 만에 다시 대폭락 사태에 휩싸인 것이다. 코스피는 937종목 중 924종목, 코스닥은 1662종목 중 1635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코스닥 대폭락 주요 통계.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도쿄증시도 대폭락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12.4% 폭락한 3만1458.2로 장을 마쳤다. 니혼게인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하락률은 1987년 10월20일(14.9%) 이후 역대 2번째였고 지수낙폭(4451.28)은 역대 최대였다.

대만 가권 지수도 8.35%(1807.21) 하락한 1만9830.88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권이 2만선 밑으로 떨어진 건 4월25일(1만9857.42) 이후 처음이다. 중국 상해종합 지수와 홍콩 항셍 지수는 1%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비트코인도 폭락장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가상자산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4시38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13% 폭락한 5만271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를 기점으로 폭락하기 시작해 5만8000달러대에서 5만2000달러대까지 밀렸다.

외환시장은 주식시장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 오후 5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 가량 빠진 1369원 안팎을 기록했으며 엔/달러는 3엔 가량 내린 143엔 전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