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복도·작은 창문 피해 키워…부천 호텔 화재, 전기적 요인 유력

머니투데이

부천(경기)=최지은 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소방 당국이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 원인으로 "전기적 요인이 가장 유력하다"고 23일 밝혔다. 화재 발생 직후 호텔 직원이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시작은 '전기적 요인' 유력…소화기 가져왔지만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23일 오전 9시19분 경기 부천 중동 화재 현장 앞에서 전날 화재 상황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브리핑 현장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자리했다.

조 본부장은 "810호 객실 내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확인된다"며 "직원이 화재 발생 후 진화를 위해 소화기를 가지고 왔으나 진압을 못 했고 이후 문을 열고 나오면서 화재가 급격히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 접수 4분만에 선착대가 도착했으나 발화 지점 정반대 객실까지 화염이 보일 정도로 화재가 커졌다"며 "이후 807호 투숙객이 창문 밖 구조를 요청해 바로 매트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호텔 건물 8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2명 등 모두 3명을 구조했고 7층에서 9명이 추가로 발견돼 밖으로 대피시켰다. 나머지 투숙객들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모텔 특성상 창문 너무 작았다…에어매트 정상 설치, 매트 잡아주진 못했다"

조 본부장은 화재가 빠르게 확산한 이유로 좁은 복도와 작은 창문을 꼽았다. 그는 "전날 오후 7시34분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CCTV(폐쇄회로TV) 확인 결과 오후 7시48분쯤 이미 복도에 연기가 자욱했다"며 "모텔 특성상 복도가 좁고 창문이 일반 건물에 비해 훨씬 작아 배연이 안 되고 열 축적도 많아 투숙객이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어매트의 경우 정상적으로 설치가 됐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에어매트는 10층 이상용으로 정상 설치했다"며 "중앙 부분으로 낙하해야 가장 안전한데 첫 번째 뛰어내린 분이 모서리로 떨어졌다. 주차장 입구 인근에 에어매트를 설치해 경사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인원 부족으로 에어매트를 잡거나 지지할 사람이 소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 본부장은 "당시 일부 인원이 있었는데 소수여서 매트를 잡아주지 못했다"며 "왜 에어매트가 뒤집혔는지는 추후 전문가 자문을 구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7시34분 부천 원미구 중동의 한 모텔 객실에서 불이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807호에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린 남, 여 투숙객 총 2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나머지 사망자 5명은 모두 연기 흡입으로 인해 질식사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중·경상자는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당시 투숙객 명단에는 총 69명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29명이다. 투숙객이 화재 당시 몇 명 있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