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 연고점"···AI주가 되고싶은 통신주의 '아이러니'

KT 최근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코스피가 5거래일 연속 하락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통신주들은 같은 기간 3% 가까이 주가가 상승하는 반전을 보였다. 지난주만 놓고 보면 코스피 대비 9.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경기방어주로서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의견이다.

통신사들은 '텔코(Telco)' 이미지를 벗고 AI(인공지능) 회사로의 변신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AI주들은 최근 '거품론'에 휩싸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가는 방어하고 있지만 국내 통신사들이 결과적으로 AI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KT (42,050원 ▲600 +1.45%)는 전 거래일 대비 0.49%% 오른 4만1400원에 마감했다. KT의 주가는 일주일전인 지난 2일과 비교해 6%가량 뛰었다. KT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통신사 주가는 하락장이 이어졌던 지난주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SK텔레콤 (58,300원 0.00%)은 지난 6일 코스피 하락장 중에도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도 통신3사 전체의 주가는 5일전과 비교해 약 3% 올랐다. 다만 9일 한정으로 SK텔레콤 (58,300원 0.00%)은 전거래일 대비 2.25% 내려가면 조정에 들어간 모습이다. LG유플러스 (10,000원 ▲120 +1.21%)는 전 거래일과 종가가 동일했다.

국내 투자시장 전체가 하락장이 지속되다 보니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통신주에 최근 투자자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시장은 본다. 또한, 정부 증시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흐름에 맞춘 통신사들의 주주환원 흐름도 주가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나증권 리포트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SK텔레콤은 25%, KT는 40%씩 주주이익 환원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자회사 배당금의 안정적인 증가와 주주이익 환원 규모 등이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증권가는 △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 △안정적인 마케팅 상황 △요금 관련 리스크 부재 △11월 전후 밸류업 전략 공개 가능성 등이 통신주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바기 통신 주가는 지수의 방향과 무관하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방어라기보다는 자기 주도적 상승"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다소 씁쓸해하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텔코'에서 탈피해 AI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최근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AI주로 구분되는 종목들은 이른바 'AI거품론' 등의 영향을 받아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반면 AI주를 지향한 국내 통신사들의 주가는 하락장 속에서도 선전 중이다. AI 관련 신사업 진출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외부 평가는 여전히 '텔코'에 머물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들이 글로벌 AI 기업들의 주가 하락세와 반대로 가고 있는 이유는 여전히 고배당을 유지하며 경기방어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으로 사료된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