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UN 대북제재 나올까… 말레이 "VX 증거 UN과 공유"

북한이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공화국 공민의 불상사'로 규정한 23일 오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 앞에서 카이룰 아즈완 하룬 말레이시아 여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말레이시아를 존중하라'는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뉴스1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암살에 사용됐던 맹독성 신경작용제 VX에 대한 증거를 유엔과 공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8일 현지언론 '더 스타'와의 인터뷰에서 탄 스리 칼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수사국장은 외교부가 동의한다면 유엔과 관련 증거들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조사가 투명하고 철저하게 이뤄진 만큼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자료와 증거를 유엔과 함께 공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영국이 말레이시아에 김정은 암살과 관련한 증거를 유엔과 공유해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로 삼아야 된다는 주장에 답한 것이다.

매튜 로이크로프트 주 말레이시아 영국 대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남 암살에 대한 수사 정보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화학무기금지조약기구로 전달돼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조사결과는 유엔안보리에 전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에 긍정적으로 답하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조치가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중국 상무부가 올해 2월부터 연말까지 북한으로부터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지난 27일 지난해 11월 대북 제재를 다룬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준하는 대북 제재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북한은 인도주의적인 무역이나 서비스 외에 금융 거래, 인적 거래 등 대부분의 거래와 광물자원 등에 대한 교역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번 VX 독극물 사용이 실제로 확인될 경우 국제사회에서의 북한 입지는 점점 좁아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사건 수습을 위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와 관련한 협의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교도통신은 리 부상이 이날 정오쯤 베이징국제공항에 도착, 대기하던 중국 정부 차량을 타고 베이징 시내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볼 때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방중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리 부상의 방중과 관련, 교도통신과 지지통신은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에 대한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김정남 암살도 연관됐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리동일 전 북한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는 같은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찾았다. 그는 이날 도착하자마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이와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왔다"며 "리정철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김정은 노동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2인조 20대 동남아 여성에게 공격당한 후 병원으로 이송 도중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사인은 VX 신경안정제 중독이며, 사건에는 북한 대사관 직원 및 북한 국적자 8명이 가담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