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 공안 동원해 韓기업 조사…기업들 '초긴장'

중국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보복 조치가 한국 기업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롯데는 그룹·롯데면세점 홈페이지 해킹과 불매운동 고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2017.3.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최대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개최에 맞춰 중국 공안이 현지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빌미삼아 중국 정부가 공권력까지 총동원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5일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따르면, 공안은 이날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동안 주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일종의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중국 관영언론 등을 통해 '중국의 제재는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 정부와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만을 겨냥해야 한다'는 이른바 사드보복 '가이드라인'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중국 공안의 이번 조사는 롯데그룹 뿐만이 아닌 다른 주요 한국 기업들에도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공안의 조사는 표면적으로 사드 배치 여파로 최근 불거진 중국 내 반한(反韓) 기류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 한국인 직원들의 안전문제를 내세웠다. 하지만 실상은 단순히 이것만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공안은 한국 기업을 직접 방문해 법인 철수 여부는 물론, 중국인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와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인 경영진의 개인 의견, 본사의 관련 의견 전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취합했다. 특히 현지 법인의 대표가 한국인일 경우 신분정보와 함께 한국인 직원 명단까지 확보하는 등 기업동향 전반을 싹쓸이 해 갔다는 전언이다.


중국에 파견된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공안이 특정 한국 기업이 아닌 모든 한국 기업 대표의 중국 출입국 기록과 숙박기록 등 기록이 남는 것은 하나도 빠짐없이 확보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사드 배치 찬성과 같은 반(反)중 의견이 있을 때는 관할 파출소에 신고하라고 지시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한국 기업들은 중국 공안까지 나선 만큼 사드 보복이 어떤 방식으로 노골화될지 우려하고 있다. 현재 주중 한국대사관은 중국 내 체류하는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신변안전 유의를 요청하고 나섰다.

아직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9일로 잡힌 '민관 합동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를 7일로 앞당기고 전 업종 동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규범에 위배되는 조치에 대해서는 국제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관련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우리 업계가 차별적인 조치를 받거나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통상역량을 최대한 가동해 대응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