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전공한 그녀가 '회 배달' O2O 사업에 뛰어든 까닭은

김재현 오늘회 대표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직장생활을 하면 할수록 창업에 대한 열망이 커졌어요. 식품 관련 사업을 하겠다고 막연히 구상만 했었죠. 그러던 중 우연하게 ‘생선 회’ 아이템으로 창업 기회를 잡았죠. 꼭 성공해서 우연을 필연으로 이어 볼께요.”

O2O(온오프라인연계서비스)스타트업 창업 환경이 예년만 못하다. 배달·숙박·부동산·사무실 공유 등 다른 누군가 이미 선점한 분야가 대부분이다. 승차공유 서비스를 예로 규제 장벽과 기존 산업의 반발에 아직 제대로 된 사업을 펼치지 못하는 곳들도 부지기수다. 척박해진 O2O 시장에 ‘생선 회 유통’ 아이템으로 도전장을 던진 여성 창업자가 있다. ‘오늘회’를 운영 중인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35)가 주인공이다.


‘오늘회’는 전국 주요 산지에서 ‘오늘’ 잡은 수산물을 당일 고객 저녁 식탁에 올린다는 콘셉트의 모바일 서비스. 2016년 12월 판매를 시작한 오늘회 매출은 지난해 1억5000만원에서 올해 다시 2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별한 광고 없이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월 주문량이 이제 3000건을 넘어설 정도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생활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2009년부터 광고·홍보대행사와 온라인 커머스 마케터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다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회 유통’ 아이템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한국의 ‘인스타카트’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 때문이다. 인스타카트는 고객이 제품을 주문하면 실제 매장으로 가서 상품을 구매하고, 배송까지 해주는 미국 스타트업이다.

“제가 운전면허가 없어요. 평소엔 어려움이 없는데 마트에서 식재료를 살 때 불편했죠. 그래서 대신 장을 봐주는 인스타카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식품을 배달하는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죠.”


이후 김 대표는 모바일 식품 배송 서비스 ‘마켓컬리’ 운영사 더파머스에 입사했다. 식품 배달 사업 노하우를 쌓기 위해서다. 그곳에서 일하며 가공식품보다 신선식품에 대한 수요가 더 많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신선식품 중 ‘회’에 특화해 배달 서비스를 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신선식품 배달 사업을 구상하다 지인의 연락을 받았어요. 거제에 계신 선장님이 서울에 직접 회를 팔고 싶어한다고요. ‘이거다’ 싶더라구요. 아르바이트로 우선 시작해보자고 한 온라인 ‘회’ 판매가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오늘회는 제주, 포항, 통영 등 10개 지역 30여 개 산지 및 수산 시장 파트너들과 제휴를 맺고 70여가지 회 관련 기획 상품을 판매 중이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에는 혼자이다 보니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이었고 산지에서 파트너들과 만나는 일도 힘들다기보단 보람을 느꼈지만 지금은 조직이 커져 어깨가 무겁다”며 “부동산 시장의 ‘직방’이나 ‘다방’처럼 오늘회 파트너 제품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O2O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