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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절반이 청년, 공시족 26만명…"새 정부가 희망줘야"

[2017 키플랫폼: 리마스터링 코리아][인터뷰]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조철희 기자, 김상희 기자, 정혜윤 |입력 : 2017.04.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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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팬더모니엄'(대혼란, Pandemonium). 대한민국의 2017년 오늘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이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오는 4월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6개월 동안 키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고민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앞으로 한 달간 소개합니다.
실업자 절반이 청년, 공시족 26만명…"새 정부가 희망줘야"
'청년실업자 43만5000명(전체 실업자의 43%)으로 사상 최대, 청년실업률 9.8%로 역대 최고.'


대한민국 청춘 보고서(2016년 기준)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수년째 침체된 경기탓이다. 청춘의 시름은 깊어졌다. 청년들은 공무원시험(공시)에 몰렸다. 공시생은 26만명에 육박한다. 청년들에게 '2017년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다. 일자리를 찾다가 꿈과 희망을 잃어버려서다.

30년 넘게 고용·노동 현장에서 일자리 정책을 챙겼던 이채필 전 고용노둥부 장관(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사진)은 한달여 후 들어설 새 정부가 절망에 빠진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희망을 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사탕발림 정책을 펼치지 말아야한다"며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표퓰리즘'을 과감히 걸러내고 현실을 직시해, 기본에 충실하고 진정성 있는 근본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국민이 체감하는 일자리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지난 5일 이 전 장관을 만나 차기 정부의 정책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 고용·노동시장 환경 개선을 위해 차기 정부에서 무엇을 가장 신경써야할까.
▶ 정규직·비정규직 등으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불신받고 있는 노사관계 개선에 역량을 집중해야한다. 우리나라는 노사간 담합이 심하다. 노사가 외형상 좋게 지내려고 담합을 한다. 합리적인 노사관계 회복이 시급하다.

- 왜 그런가.
▶ 노사간 담합 등을 통해 기득권 세력은 협력업체에 돌아갈 비용을 깎는다. 실제 일자리를 매개로 소득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소득 상위 10% 소득자 전체 비중이 1995년 35%에서 2015년 45%로 늘었다. 하위 10%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 중 하나다. 차기 정부가 특단의 노력을 해야한다.

- 청년실업 등 고용절벽과 연관이 있나.
▶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청년과 중년이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면 색안경을 끼고 본다. 다양한 고용형태를 전문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화와 노동의 공정성 필요하다. 노사가 담합을 통해 편법으로 비정규직을 늘리니까, 차별이 만연하다. 수면 아래에 차별이 많다. 경제적 효율성, 사회적 형평성, 정치적 민주성 등 이 세 가지를 신경써야한다.

-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시급하다.
▶ 일자리는 ‘창출’, ‘유지’, ‘알선’ 등 세 가지가 중요하다. ‘창출’은 규제혁파가 핵심이다. 의료와 관광 등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푸는 만큼만이라도 풀자. ‘유지’는 육아와 중소기업 고용여건 개선 문제와 직결된다. 어린이집 등 믿고 맡길 수 있는 커뮤니티 보육시설이 갖춰져야한다. 그러면 여성 일자리 유지된다. 지방공단에 위치한 중소기업의 근무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이런 상태로 중소기업에서 일하라고 요구할 수 없고 사람을 구하지도 못한다. 고용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 해당 기업이 매칭펀드와 세제지원 등으로 고용여건,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과도한 소득 격차를 해소하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끝으로 ‘알선’은 개인별 맞춤형 상담과 강소기업 정보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서비스해야 한다. 또한 세계 각지 지역 전문가 양성 등 청년의 눈을 해외로 돌리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남아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에 나가 있는 중소기업·대기업 등에 시장조사 요원으로 청년 100명씩만 보내봐라. 그들을 지역 전문가로 육성하면 큰 자산이 된다.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다.
▶ 기업은 일을 잘하는 비정규직 직원이라도 2년이 안 돼 내보낸다. 계속 일하게 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하기 때문이다. 그 기간을 반드시 2년으로 정하지 말고, 유연하게 기업의 노사에 맡겨라. 대신 차별을 못하게 법으로 막으면 된다. 차별시정법으로 접근해야지, 기간제한을 법제화해도 실익이 없었다. 2007년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선의로 출발했지만 10년간의 결과는 배신으로 돌아왔지 않나.

- 노사관계도 복잡하게 얽혔다.
▶ 노사관계는 사회 통합적인 방향으로 가야한다. 법치와 자치가 그 룰이다. 사정을 잘 아는 노사 당사자들이 법 테두리 안에서 대화로 풀어가야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가 해주기를 바라며 이것을 싫어한다. 이 원칙을 싫어도 따라야 한다. 그래야 길이 있다. 또한 국민적 합의가 될 때만 노사 신뢰관계도 현실적으로 작동된다. 결국 노사관계 협상에서 대표성과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 어떻게 풀 수 있나.
▶ 참여자의 대표성이 부족하고 리더십도 취약한 노사정위원회에만 죽자고 매달리지 말자. 노사공익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협의체를 가동하면 된다. “하나 주고, 하나 받기” 이런 방식엔 한계가 있고, 결국엔 비전을 공유하고 거시적으로 가야 한다. 플레이어 위주가 아니라 전체 우리나라 국익을 감안한 노사의 미래에 맞게 가야한다. 저성장 저고용 시대이므로 근속기간에 따라 높아지는 호봉제가 아니라 성과 지향적 임금체계로 가야 희망이 있다.

-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
▶ 국민과 노사에 직언하고 설득할 수 있는 진짜 전문성있는 사람이 정책을 다뤄야한다. 거대담론 대신 디테일한 문제까지 해결할 역량이 있어야한다. 청와대가 아니라 해당 문제를 다루는 주무 부처 장관이 컨트롤타워가 돼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정책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일을 안하기 때문에 정책이 실패한다고 본다.
▶ 진정성의 문제다. 공무원들은 항상 소명의식을 갖고 기본에 충실해야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총리실과 감사원이 제 기능을 못한다. 감사원은 공무원들의 회계 부정을 막고, 공직 감찰로 기강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뒷북치는 정책 감사로 공무원들을 윽박지른다. 정책 감사는 정책이 추진된 다음 시점에 이뤄진다. 공무원들이 감사가 겁나서 일을 안하거나, 하더라도 면피행정을 하게 된다. 일을 하면 지적 당하고, 일을 안하면 지적을 안당하는 구조다. 총리실에서 정책 평가를 제대로 하고 그 결과를 총리의 국무위원 지휘에 활용하면 된다. 죄를 저지른 공무원들은 엄벌하면 된다.

- 일하는 정부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나.
▶ 여러 부처의 협력이나 조정이 필요한 업무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두고 다루면 된다. 예를들어 일자리와 안전이 국민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가일자리위원회와 국민안전위원회를 설립해 운영하는거다. 대통령이 이것만큼은 한달에 한번씩 꼭 챙기면 모든 부처가 일자리와 안전만큼은 반드시 협업할 것이다. 일선에서 벌어지는 일은 현장 최고 전문가에게 책임지고 맡기면 된다. 지휘권이 없어 현장 수습은 뒷전인 채 여기저기 보고하느라 시간과 정력을 쏟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말게 하자.

세종=정진우
세종=정진우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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