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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없어도 될 환경조성 먼저…폐지 땐 대안학교 고려할판"

[인터뷰] 한만위 민사고 부교장 "자사고 없애 일반고 전성시대 논리 전혀 이해 못해"

뉴스1 제공 |입력 : 2017.06.2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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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한만위 민사고 부교장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중동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 자사고 폐지 반대 긴급 총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성동훈 기자
한만위 민사고 부교장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중동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 자사고 폐지 반대 긴급 총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성동훈 기자



"'자사고(자율형사립고)보다 나은 교육과정을 일반고에서도 제공하겠다' '자사고에 안 가도 될 정도로 일반고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 이게 더 맞는 말 아닌가요? 자사고가 필요하지 않은 고교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 아닙니까? 무작정 없애야 한다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 부교장은 23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자사고 폐지의 핵심 명분이 일반고 살리기인데 결국 이를 실현하려면 일반고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 되는 것"이라며 "애먼 자사고를 없애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논리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한 부교장은 이른바 '1세대 자사고'로 불리는 민사고(강원 횡성군 소재)의 교장 대행이다. 현재 교장은 공석이다. 이날 전국 46개 자사고 교장단 모임인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가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상경했다.

그는 "새 정부가 확실한 폐지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교육감들이 잇따라 목소리를 내고 분위기도 조성하다 보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시도교육감이 자사고 폐지 방침을 내비치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교장단, 학부모들이 잇따라 기자회견과 성명을 발표하고 반대집회도 여는 상황이다. 급기야 오는 28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가운데 이를 기점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사고주변 허허벌판…일반고 전환 때 누가 이 외딴 곳까지 오겠는가

한 부교장은 "민사고 입장에서는 이번 사안이 생존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입니다. 학생들이 주전부리라도 먹으려면 2km 떨어진 횡성휴게소까지 가야할 정도로 시골이에요. 일반고로 전환되면 누가 이 외딴 곳에 오겠습니까? 얼마 전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필요없게 될 기숙사를 거미줄 치게 놔둬 교육백년대계를 우습게 알고 정책 바꾼 사람들 보여준다고 했는데, 민사고는 기숙사뿐 아니라 학교 본관 등 모조리 거미줄이 생길 겁니다."

그는 "일반고로 바뀌면 지리적 문제로 민사고의 소멸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며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학교 운영을 포기하면 학원(대안학교)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부교장은 자사고가 대입예비고로 전락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부교장은 "민사고는 1996년 개교 이래 문재인정부가 현재 추진하려는 교과교실제를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개설하고 교과를 직접 선택하게 하는 등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환경을 마련한 덕분에 대입성과로도 이어진 것인데, 입시결과만 보고 대입예비고로 호도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고 했다. 이어 "다른 자사고들도 학습능률을 높이는 쪽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학비가 과도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그는 "자사고는 현재 일반고가 받는 정부의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지 않고 학생 납입금과 법인 전입금으로만 운영하고 있다"며 "일반고보다 학비가 비싼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46개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정부가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민사고 등 자사고 5곳이 공개한 '자사고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따르면 46개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에는 매년 2000억원의 교육재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는 비슷한 학급규모(자사고 평균 학급규모 30학급 내외)의 일반고가 받는 보조금 연 44억4500억원을 반영해 추산한 것이다.

다른 특수목적고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수학생을 선점하는 것은 자사고와 외국어고가 아닌 매년 입시를 가장 빨리 시작하는 영재학교(영재고)와 과학고"라며 "우수학생을 뽑을 수 있는 선발방식을 갖췄기 때문에 사교육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고 입시실적도 훨씬 좋은데 두 고교 유형은 놔두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부교장은 "자사고의 운영상 문제점이 있다면 먼저 이를 개선하고 미비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며 "다짜고짜 없앤다고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바꾸기 위해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교육환경을 자사고가 없어도 될 정도로 바꾸는 게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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