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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성폭행범 잡은 베테랑 형사 "끝까지 추적"

[인터뷰]이동현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팀장…"발로 뛰면 없는 증거도 잡힌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입력 : 2017.08.10 06:08|조회 : 15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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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과 4팀장 /사진=방윤영 기자
이동현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과 4팀장 /사진=방윤영 기자
5년 전 전남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학생이 지난해 도봉경찰서를 찾았을 때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남아 있는 것은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뿐이었다.

피해자를 마주한 이동현 도봉서 여성청소년과 4팀장(경위·49·사진)은 당혹스러웠다. 25년 경찰생활 중 15년을 형사과에서, 이후 4년째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했지만 증거가 없는 사건은 흔치 않았다.

"그때 고2였는데 학교에서 제가 XX(여성을 비하하는 비속어)라는 소문이 났었어요." 피해자 진술을 듣던 이 팀장은 소문에서 힌트를 얻었다. 소문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성폭행 가해자밖에 없었다.

사건 당시 피해자 학교 친구들을 모조리 수소문했다. "그 소문은 OOO이 냈다." 소문 근원지 추적에만 4개월을 쏟았다. 이 진술을 토대로 이 팀장은 A씨(당시 19세)를 비롯해 공범 7명을 줄줄이 찾아냈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5년 전 성폭행 사건 해결'은 한 경찰관의 집요한 추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중랑천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다. 중랑천에는 CCTV(폐쇄회로 화면)가 단 한 대도 없다. 밤길이 어두운 탓에 피해 여성도 범인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 팀장은 2달 동안 중랑천 램프(중랑천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진출입로) 주변 CCTV를 싹다 뒤졌다. 결국 교통관제 CCTV 화면 한 귀퉁이에서 범인이 포착된 모습을 찾았다.

'증거 없는 사건'은 이 팀장에게 포기할 핑계가 되지 않았다. 이 팀장은 "피해자의 심정으로 확인에 또 확인을 하면 증거가 없는 사건도 증거가 잡힌다"고 말했다.

이 팀장이 처음부터 성폭행 피해자의 입장에 설 수 있었던 건 아니다. 1992년 순경 공채로 경찰생활을 시작한 그는 형사과에서만 15년을 지냈다. 4년 전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진해서 여성청소년과로 옮겼다.

흉악범만 주로 상대하던 그가 성폭력 피해 여성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냥 엉덩이 툭 친 것뿐인데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인가?'라며 공감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과거 형사 시절에는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이 앉혀 놓고 조사할 정도였다. 그만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경찰 내부의 공감대가 부족했다.

이 팀장은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자주 만나다 보니 누구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누구는 자살 시도까지 하더라"며 "일반인 혹은 경찰 입장이 아니라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전남 성폭행 사건 해결이 유명세를 타자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에 먼저 찾아와 터놓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조금씩 변화가 보인다. 이 팀장은 "얼마 전에도 성추행당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할까 망설이다 언론 보도를 보고 용기를 내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며 "'믿음이 간다'는 말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성폭행 사건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하길 바란다. 이 팀장은 "피해 여성들에게 가해자가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고소하는 것 때문에 겁을 먹는 경우가 있다"며 "끝까지 법적 싸움을 하면 이길 수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경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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