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의 과학적투자]인공지능 투자②

지난번 글에서 다룬 신경망 프로그래밍과 마찬가지로 유전자 프로그래밍은 인공지능을 구현하는데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기법이다. 유전자 프로그래밍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프로그래밍 기법으로 생명체의 유전 및 진화 등의 알고리즘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모방하여 문제해결에 이용한다. 유전자 프로그래밍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자연에서 진화를 통해서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고 놀라운 수준의 복잡성과 효율성을 가지게 되듯이, 컴퓨터 프로그램도 원하는 해답에 가까운 것을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도태시키며 진화시키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결국 원하는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방대한 경우의 수를 가지는 문제의 해결에 매우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고, 그 결과 현재는 많은 분야에 유전자 프로그래밍이 응용되고 있다. 일례로 제너럴 일렉트릭 사의 새로운 터빈은 유전자 프로그래밍을 사용하여 10의 387승 개의 경우의 수를 조사하여 설계되었는데 그 결과 2%의 효율증가가 이루어졌다. (터빈의 설계에서 2%의 효율증가는 증권업계에서 펀드매니저가 수익률을 100% 증가시킨 것만큼이나 엄청난 일이다.) 이밖에도 유전자 프로그래밍은 항공사의 비행 스케줄링, 가스 파이프라인의 설계와 제어, 반도체 칩 설계 등의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유전자 프로그래밍 적용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또다른 분야는 금융산업이다. 금융산업 역시 포트폴리오 최적화나 트레이딩 전략 최적화 등 엄청난 경우의 수를 가지는 문제가 수없이 존재하고, 시장환경에 유연하게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전자 프로그래밍은 제약조건이나 확장 등의 추가가 자유로운 특성이 있으므로 복잡한 세금, 수수료 시스템 등의 제도를 반영하기가 간편하다. 따라서 조금만 전제조건이 바뀌어도 풀기가 불가능해지는 다른 방법론들과는 달리 실제 금융업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므로 이론과 현실의 갭이 큰 금융산업에서 유전자 프로그래밍 기법은 더욱 빛을 발한다.

유전자 프로그래밍이 금융에 최초로 적용된 것은 1992년으로 현재까지 기술적으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적용영역도 역시 금융시장의 예측, 트레이딩 전략수립, 포트폴리오 관리, 현금흐름 관리, 옵션 프라이싱, 변동성 예측, 차익거래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다. 각 영역별로 흥미로운 결과들을 살펴보자.

1. 금융시장 예측


금융시장 예측은 기본적으로 여러가지 변수들을 통하여 현재의 시장을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이다. 유전자 알고리즘을 통한 예측 방정식은 여러가지 변수들과 변수들간의 관계들을 계속 진화하게 하고 결국 가장 설명력이 뛰어난 변수와 연산자들만을 남기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예측시스템은 일본의 니케이225 데이터로 테스트되었는데 기존의 시스템들보다 경제변수들간의 비선형관계를 잘 설명하였고 추세포착의 정확성도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 트레이딩 전략

(1) 인터넷의 주식관련 게시판의 글을 통해서 유전자 시스템을 진화시켜 트레이딩 시스템을 만든 카네기 멜론 대학 연구팀의 연구도 흥미롭다. 이 팀은 인터넷 주식 게시판의 글 수를 통한 이벤트 드리븐 유전자 시스템을 진화시켰는데 그 결과 단순 바이앤홀드 전략보다 무려 38.34%P 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진화된 결과를 보면 게시판의 글의 수가 많을 때 주식을 파는 전략의 형태가 된 것이 재미있다.) 현재 이 시스템은 게시판 글의 수뿐 아니라 자연어 인식기술을 통해 글의 내용까지 파악하여 보다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 여러가지 기술적 지표를 유전자 알고리즘으로 최적화하는 시스템도 상당히 많다. 그 중 하나는 기술적 지표를 사용한 트레이딩 전략을 퍼지전략으로 만들어서 유전자 알고리즘을 통해서 진화시킨 GFET 이라는 시스템이다. GFET 은 나스닥의 시스코와 IBM,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오라클 주식을 통해서 학습되고 테스트되었는데 평균적으로 11.1%의 수익률과 68.3%의 승률을 보여주었다.

3.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유전자 알고리즘이 쓰인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시스템으로는 포트폴리오의 자산은 유전자 알고리즘으로 선택하고, GARCH 모델(시계열 모델 중 하나이다)로 변동성을 예측하며, 신경망으로 자산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또다른 유전자 알고리즘으로 자산의 가중치를 정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있다. 이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브라질 상 파울로 거래소에서 변동성이 상당히 큰 기간 동안 테스트되었는데, 시장이 하락하는 동안 5.227%의 수익을 내었다. 또한 시스템에 의해서 예측된 VaR의 95% 신뢰구간을 50주의 테스트 기간 동안 3주만 약간 벗어나는 결과를 나타냄으로써 뛰어난 VaR 예측능력도 보여주었다.

4. 파생상품 프라이싱

옵션 등의 파생상품 프라이싱은 상당한 수준의 금융수학과 수치해석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유전자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면 이런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오히려 더 높은 정확성을 가지는 프라이싱이 가능하다. 기존 금융수학을 사용하면 주식 등의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대한 가정(로그노말분포 가정 등)이 필요하고, 방정식이 복잡하게 나오는 경우 풀기가 힘든 경우도 많다. 그러나 유전자 알고리즘은 실제 시장 데이터를 통해서 진화하므로 기초자산가격의 움직임에 대한 가정이 필요 없고, 방정식을 풀 필요도 없어서 편리하다. 신경망이나 implied binomial tree 모형에 의한 데이터 기반 프라이싱 방법도 역시 이런 장점들을 가지고 있으나, 유전자 알고리즘에 의한 프라이싱은 프라이싱 공식의 구조를 제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정확한 프라이싱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옵션 프라이싱에 적용된 유전자 알고리즘 시스템 중에는 Thomas 등이 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을 블랙숄스공식을 사용하여 생성한 옵션가격 데이터를 통해 진화시키면 블랙숄스 공식이 다시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이 시스템을 시장 데이터를 통하여 프라이싱 공식으로 진화시킨다면, 주식의 로그노말 분포 등을 가정한 블랙숄스 공식보다 더 정확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S&P 500 Futures 옵션시장에서 테스트된 결과 블랙숄스 공식은 물론 기타 신경망 프라이싱 모델보다도 뛰어난 정확도를 보여주었다.

이밖에도 유전자 알고리즘 시스템은 복잡한 상황하에서의 최적 차익거래 기회 포착과 변동성 예측 등에 이용되고 있고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유전자 프로그래밍은 지금도 금융의 여러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전자 프로그래밍 기법 자체가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융상품의 구조가 점차 복잡해짐에 따라 기존 방법에 의한 포트폴리오 관리나 거래 기회 포착의 효율성이 점차 한계에 부딪힐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복잡해질수록 가정에서 시작하여 연역적으로 풀어내는 기존의 금융모델보다는 실제 데이터에서 시작하여 귀납적으로 풀어가는 유전자 알고리즘의 유용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연역모델을 사용한 LTCM은 몰락하고 귀납모델에 기반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FEA(//cafe.naver.com/volanalysis) 회장 김형식([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