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증권사 사장 대량 해직? 법정 '격돌' 예고

검찰이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와 관련, 12개 증권사 사장(전직 사장 1명 포함)까지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증권사 사장들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대량 해직 사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의 최대 쟁점은 증권사의 전용선 사용의 불법 여부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선 기관 및 VIP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 차원에서 거래 체결속도가 빠른 전용선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검찰에선 이를 통해 일반 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어 전용선을 '부정거래'로 판단하고 있다.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자본시장법 178조 제1항이 근거 조항이다.


검찰은 "초단타 거래가 대부분인 ELW 거래에서 손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문이 거래소에 도달하는 '속도'"라며 "일반 투자자가 알지 못하고, 이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특별 수단을 제공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검찰은 장애물 경기에서 주최측과 특정 선수가 짜고 특정선수들에게 스타트라인을 앞당겨줘 먼저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지난 4월 스캘퍼 및 증권사 직원들을 기소하면서도 '시험 볼 때 남들보다 시험지를 먼저 받고 문제 힌트까지 독점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그러나 '부정거래' 의미가 매우 포괄적인 데다 이미 선물옵션 시장에선 전용선 거래가 일반화돼 있어 ELW 시장에서 이용된 전용선을 부정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A 증권사 컴플라이언스 담당 임원은 "법령으로 전용선을 금지한다고 명시된 것도 아니고 전용선이 허용되는지 사회적 약속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용선이 두루 사용돼 왔다"며 "자본시장법에 언급된 부정거래가 워낙 포괄적인 개념이어서 전용선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B 증권사 범무팀장은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전용선은 선물옵션 시장에서 이미 정착된 거래 방법"이라며 "단기간 급성장한 ELW시장에서 전용선을 이유로 개인이 모두 손실을 봤다고 전제하고 이를 불법이라고 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게다가 금융당국은 전용선 설치를 허용하고 있는데 검찰이 불법이라고 규정하면 당국이 잘못했다는 의미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ELW 건전화방안에서 증권사가 전용선을 제공하거나 주문시스템 탑재 등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했다. 다만 방화벽을 거치거나 주문시 주요 항목은 반드시 체크토록 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검찰의 주장대로 법정에서 '전용선=불법'으로 판결난다면 12개 증권사 사장 및 임원들은 자본시장법에 근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증권사 사장 및 임원은 바로 면직되고 앞으로 5년간 취업도 금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인인 증권사에 대해선 '기관경고'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해당 증권사들은 초비상 상태다. 각 증권사마다 편의 제공 정도가 달라 공동 대응은 어렵겠지만 무죄 입증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C 증권사 법무실장은 "증권사 사장들이 전용선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사안을 다 알 리 없다"며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증권사 수장을 '공범'으로 보고 기소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과정에서 전용선이 불법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설사 검찰이 패소한다고 해도 검찰은 증권사를 단속하는 효과는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두고 ELW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해 최초로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금융당국 사전조사나 통보 없이 검찰 최초로 독자 수사했다고 의의를 밝혔다.